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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국회로 번진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

  • 2021.02.17(수) 17:12

전금법 개정안 둘러싸고 두기관 입장차
은성수·이주열 이어 국회 상임위도 대립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그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규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관련 법안 개정에 나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다름 아닌 한국은행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져온 기관간 갈등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국회 상임위원회간 힘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 어디서 시작 됐나

시작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입니다. 금융위는 당시 "EU 등 주요 국가는 디지털금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앞다퉈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국내 디지털금융을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은 2006년 제정돼 2007년 시행된 이후 큰 변화가 없다"며 제도 정비에 나설 것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해당 내용이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인 움직임에 착수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지급지시 전달업(마이페이먼트 사업)과 종합지급결제 사업자 도입, 간편결제업체의 후불 결제기능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핀테크 육성을 위해 새로운 라이선스를 도입해 이들이 규제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였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갈등은 빅테크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부분에서 생겼습니다.

해당 개정안을 살펴보면 전자금융거래업자(현재의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를 이야기합니다)가 이용자의 예탁금을 분리 보관하고 지급거래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내용과 함께 이들의 거래내역(내·외부거래 모두) 정보를 외부청산기관이 관리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지급거래 청산이란 금융기관에서 자금이체 등 거래가 발생할 때 일일이 금액을 정산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거래를 계산해 돈을 정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외부기관이 관리토록 하는 것을 의무화 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외부청산기관이 현재는 금융결제원이 유일한데, 이 기관의 관리(시정, 취소명령, 징계등의 권환 포함)와 허가의 요건을 금융위원회에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서 시작됩니다.

지급결제 청산은 한국은행 고유의 업무인 데다가 금융결제원은 한국은행의 조직에서 떨어져나온 조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금융결제원의 사원총회 의장 역시 한국은행 총재가 맡고 있습니다. 당장 한국은행 강남본부와 금융결제원은 같은 건물(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202)을 쓰고 있기도 하지요. 한은 입장에선 자신이 담당하던 업무와 조직을 금융위원회가 맡겠다고 하니 발끈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1월 직접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 은성수-이주열도 나섰다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석 달 넘게 지속되면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입을 열기도 했습니다.

먼저 나선 것은 이주열 총재입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해당 법안이 발의된 직후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영역인 지급결제청산업을 건드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대한 상황이며 금융위가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어 "금결원은 금융기관 간 자금 이체를 정산하는 기관인데 금융기관이 아닌 빅테크 내부 거래까지 보는 것은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자금융거래법에 한은이 우려하는 부분을 불식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이에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우려하는 금융결제원에 대한 부분은 법안 제출 시 부칙에 집어넣었다"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는 '한국은행과 연계된 업무는 금융위원회의 관리·검사에서 제외된다‘는 부칙을 달았는데, 이러한 부칙이 달려있으니 업무 권한 침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죠.

◇ 팽팽한 입장차이…국회 상임위까지 번져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내놓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에 오르는 동안에도 금융위와 한은의 입장 차이는 분명합니다.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은은 고유권한 침해 문제에 더해 빅테크기업의 결제 내역을 금융결제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정부가 '빅브라더'가 되는 것이라는 입장자료까지 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두곳의 대형 법무법인 로펌의 자문결과 두 로펌은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체로 로펌들은 법률검토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번 사안에는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페이에서 충전한 금액을 사용할 경우 개인의 거래내역이 금융결제원에 보관되는데 전금법이 통과되면 금융위의 접근이 더 쉬워지기 때문에 빅브라더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자 기재위에서는 이에 반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자 기재위에서는 이에 반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은 국회로 번졌습니다. 금융위의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전금법 개정안이 심사를 위해 올라간 가운데 한은의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전금법을 부정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입니다.

양경숙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위원이 내놓은 한은법 개정안에는 ▲지급결제제도에 관한 운영기준을 마련할 권한을 한은에 부여하고 ▲지급결제제도를 운영하는 자가 운영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해당 기관에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한은에 있고 ▲지급결제제도 운영기관과 참가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도 한은에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즉 금융위에 외부청산기관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전금법을 전면 부정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양 의원은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결제원을 지급거래청산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비영리법인인 금융결제원은 리스크의 조기발견, 확산방지 등의 감시활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은은 지급결제제도의 정점에 있는 한은금융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타 자금과 증권 결제시스템도 이에 연계돼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제도 전반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신속한 위험 감지와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기관의 갈등이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이어지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금법 개정안이 쉽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는 18일 은성수 위원장과 이주열 총재가 만날 예정입니다. 최근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 코로나19 지원조치를 점검·대응하기 위한 '거시경제금융회의'이긴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갈지 주목됩니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참석합니다.

빠르게 바뀌는 금융환경에 맞춰 제도를 손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두 기관의 첨예한 갈등으로 금융발전의 기회가 멀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한 기관이 무조건 양보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갈등이 아닌 토론을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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