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은행)는 사라지지만 뱅킹(은행업)은 남는다." 영국의 금융시장 전문가 크리스 스키너의 은행업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망은 IT기술을 등에 업고 현실화 되는 모습이다. 그 기술 중 하나는 AI(인공지능) 기술이다. 이미 은행권에는 AI가 침투해 종전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은행 직원들은 미래를 위해 AI를 더욱 가열 차게 공부하고 실제 업무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은행이 AI를 바라보는 모습, AI가 이끄는 은행의 변화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KB국민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도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은행으로 꼽힌다.
대화형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리브똑똑', 챗봇 '똑똑이', 로보어드바이저 'KBOT SAM' 등 대고객 서비스 중 일부는 이미 AI가 수행하고 있다.
은행 내부 업무차원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상반기 인사에 AI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AI가 각 영업점에 필요한 근무인원, 직원들의 출퇴근 거리, 경력, 자격증 등을 고려해 최적의 근무지를 찾아 발령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이 AI활용은 대고객 접점 확대에 방점이 찍혀있다. KB국민은행이 AI를 활용한 미래 모습을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AI체험존에서 만나봤다.
◇ AI의 진화, 체험존에서 경험하다
지난 15일 KB국민은행은 서울 여의도 신사옥에 AI체험존의 문을 열었다. AI체험존은 KB국민은행이 새롭게 선보일 AI 서비스를 미리 만나 볼 수 있다.
체험존은 2개의 키오스크가 마련돼 있으며 키오스크를 통해 AI와 소통할 수 있다. 첫 번째 마련된 키오스크에는 아바타가 등장해 KB 신사옥 소개, 금융에 특화돼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알맞은 답변을 내주기 위한 AI기술 'KB-ALBERT'등을 안내한다.
두 번째 키오스크에 마련된 AI 상담원이 이 체험존의 '백미'다. 통장개설, 청약, 예적금, IRP, 대출 등은행업무 관련 상담을 AI상담원이 안내해준다. 사람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STT(Speech to Text)기술과 음성합성, 영상합성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챗봇'의 진화형이다.
KB국민은행이 체험존을 오픈한 이유는 대외적 이유와 대내적인 이유로 나뉜다. 대외적으로는 고객의 금융접근성 향상을 꾀하고, 청소년 금융교육을 위함이다.
대내적으로는 행내 직원들에게 AI가 업무에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를 눈으로 보여줘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여기에 더해 직원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받아 KB국민은행만의 AI의 진화도 동시에 꾀한다.
당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틈 날 때마다 방문해 체험존을 둘러보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 부장은 "CEO가 직접 방문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직원들 역시 업무에 적용될 AI를 미리 느껴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소통의 장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 AI, 대고객 서비스에 우선 적용
KB국민은행이 AI를 다양한 업무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대고객 서비스다.
당장 이번에 KB AI체험존에서 선보이는 AI아바타는 모바일 뱅킹 플랫폼에, AI은행 상담원은 실제 영업점에 배치할 예정이다. 올해 11월까지는 파일럿테스트를 진행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구태훈 부장은 "AI 아바타는 모바일뱅킹에 탑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친금감을 높이고 개인 고객만의 금융비서로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MZ세대중 Z세대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상담원은 실제 은행창구나 STM(스마트텔레머신) 등에 배치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이 대고객 서비스에 AI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단순 비용절감을 위함은 아니다. 디지털기술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은행환경에 고객이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에도 AI를 적극 활용한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을 AI금융상담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AI금융상담시스템의 핵심은 AI가 상품 신규 상당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담 진행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고객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AI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KB국민은행이 최초다.
◇ AI, 철저한 보조자 역할
AI가 은행에 도입되면 가장 우려되는 점이 AI가 사람의 일을 대체할 것이냐다. 당장 KB국민은행이 이번에 선보인 AI상담가만 하더라도 은행창구직원을 대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AI 활용법은 결이 다르다. AI는 고객의 금융 서비스 사용 편의성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AI는 철저히 고객 편의향상을 위한 접점으로만 유지하되 전문적인 상담, 대면영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은 철저히 행원이 챙겨하는 몫이라는 게 구 부장의 설명이다.
구 부장은 "AI는 철저히 고객의 편의성과 금융 접근성 향상을 우선적으로 두고 개발하고 있다"며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부분은 행원들이 해줘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