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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왜 네이버에 러브콜을 보내나

  • 2021.06.03(목) 07:00

[은행과 네이버]
2018년 이후 네이버와 업무제휴 잇따라
은행이 필요한 디지털기술, 네이버에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은 성장과 생존을 위해 이종산업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러브콜을 많이 받은 기업은 다름 아닌 네이버다. 금융권 수장들이 나서 한때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을 염두해 왔다는 점을 살펴보면 적과의 동침이나 다름없다. 금융권이 네이버와 손을 잡는 이유, 그리고 다른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보다 네이버와 함께하려는 이유를 알아본다. [편집자]

지난 2018년 10월 신한은행은 이색적인 상품을 내놨다. 사용자가 급증하던 간편결제 서비스 중 하나인 네이버페이와 제휴한 '네이버페이 X 신한통장'이 주인공이다. 

이 상품은 네이버페이 웹사이트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내역도 조회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현재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자리잡으면서 당연한 서비스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네이버페이를 사용하던 고객들에게는 모바일뱅킹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계좌를 확인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크게 부각했다. 

이후 은행권은 너나 할 거 없이 네이버와 손을 잡기 시작했다. 국내 5대 은행중 네이버 혹은 네이버 계열사와 손을 잡지 않은 금융사는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다.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네이버의 인공지능을 노리다

주요 은행들은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내놓는 것 보다는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의 인공지능(AI)기술인 네이버 클로버를 활용한 것이다. KB금융지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이 네이버 클로버를 활용해 챗봇 등을 고도화, 모바일뱅킹에 탑재하거나 자체 업무 프로세스에 네이버의 기술을 도입했다. 

이러한 추세가 나타난 것은 금융권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가 주요 경영전략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네이버는 선제적으로 주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디지털 경쟁력 중 핵심으로 평가받는 기술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꼽힌다”며 “네이버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력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이버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7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본관에서 우리은행-네이버-연세대 간 ‘스마트캠퍼스 사업 협력 협약식‘에서 권광석(오른쪽)우리은행장과 한성숙(왼쪽) 네이버 대표이사, 서승환(가운데) 연세대학교 총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변화하는 금융환경, 네이버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서도 은행권이 네이버와 손을 잡는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주로 인공지능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최근 우리은행이 네이버, 연세대학교와 함께 삼자협력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삼자협력을 통해 우리은행, 네이버, 연세대는 △연세대 전용 간편결제 서비스 개발 △연세대 전용 디지털 화폐 개발 △우리은행-네이버 자체 인증서를 통한 학생‧교직원 온라인 인증 서비스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에 세 기관이 추진하는 것은 연세대학교 라는 한정적인 곳에서 사용되지만 넓게 보면 최근 금융권의 디지털 환경 변화를 이끄는 것들과 맥락이 닿아있다. 

연세페이의 경우 결제수단의 대세로 자리잡은 간편결제 서비스다.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은 높지만 이제 막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페이와 곧 자체 페이 서비스를 내놓을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연세페이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사전에 펼칠 수 있다. 

전용 디지털 화폐는 향후 한국은행이 발행할 가능성이 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유통 등에 대한 간접적인 사전 경험 쌓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증서를 통한 온라인 인증의 경우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인증시장이 민간에게 확장되면서 은행권 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이 시장 장악을 위해 노리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는 국내를 대표하는 IT기업인 만큼 은행권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며 "제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은행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은행이 네이버의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 같지만, 네이버 입장에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네이버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결정적으로 네이버가 최근 사업권을 확대하고자 하는 금융산업의 흐름을 알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양 회사가 업무협약 혹은 제휴를 맺을 때 한쪽이 밑지는 경우는 없다"며 "네이버의 경우 최근 금융중개플랫폼을 추구하는 모습인데, 이 과정에서 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미리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요즘 플랫폼 사업자가 대세이며 네이버는 그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 중 하나"라며 "플랫폼에서는 개인의 모든 일상을 해결 할 수 있어야 하고 금융서비스는 이 중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금융회사, 그 중에서도 은행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차후 네이버가 스스로 금융관련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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