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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BaaS'로 빅테크에 뺏긴 주도권 되찾는다

  • 2021.07.16(금) 07:30

[선 넘는 금융]BaaS 열공하는 은행①
카드사 위주 서비스…은행도 고민 중
해외에서 다양한 시도로 수익 모델화

해외 금융권을 중심으로 BaaS(Banking as a Service)를 수익 모델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이 보유한 데이터나 서비스를 핀테크 기업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그 대가를 확실히 챙기겠다는 취지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산업의 등장으로 핀테크 기업들에게 문을 열고 있는 국내 금융권 역시 새로운 수익모델로써 BaaS를 눈여겨보고 있다. 카드사들이 먼저 움직였고 은행들도 고민을 시작했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그리고 BaaS

BaaS는 우리말로 직역하면 '서비스로서 은행업'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한 일반 은행들은 물론 핀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이업종의 기업들 역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말한다. 

올 들어 시행된 오픈뱅킹(계좌정보 제공)과 마이데이터(고객 자산관리 정보) 등도 일종의 BaaS라고 볼 수 있다. 

다만 BaaS는 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제휴기업을 찾아 확실하게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로 기존 오픈뱅킹을 통해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수입은 거의 없다. 가령 A은행이 B핀테크 기업에 계좌조회 기능을 제공하면 건당 수수료가 50원정도 발생하는데, 오픈뱅킹 도입 이후 금융위원회가 이 수수료를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확 낮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은행이 보유한 고유정보를 핀테크 사업자들과 모두 공유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과 핀테크 육성 등을 이유로 수수료를 대폭 낮춰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BaaS는 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 제휴기업을 찾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익을 확실하게 챙긴다. 제휴기업들 역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은행 입장에선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 등과는 달리 서비스 제공에 따른 대가를 챙기는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에 빼앗기고 있는 사업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BaaS는 은행과 제3자 모두에 이점이 많고, 잘 활용하면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은행은 새로운 고객 기반 확충과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고, 제휴기업도 신제품 출시 속도 향상과 규제 회피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은행들은 업무영역을 잠식해오는 핀테크의 공격에 맞서는 차원에서 BaaS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BaaS 활용에 대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해외는 이미…국내도 2금융권 위주로 시작 

해외에선 골드만삭스와 애플이 공동으로 내놓은 애플카드가 BaaS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주력했던 투자은행(IB) 외에 소매금융 시장에서 잠재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고, 애플은 간편결제인 애플페이의 사용처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는데 그 이해관계가 애플카드로 맞아떨어졌다. 

애플카드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등은 골드만삭스와 카드 발급회사인 마스터카드가 고스란히 가져간다. 동시에 애플카드 회원은 골드만삭스의 회원이 된다. 애플의 경우 이를 휴대전화 단말기와 연동해 사용자에게 더 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소매금융 시장 진출을 위한 대고객 접점을 만들고, 애플은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장치를 추가한 셈이다. 

국내에선 2금융권을 중심으로 BaaS와 유사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카드가 대표적이다. 

PLCC는 카드사와 다른 업종의 특정기업과 제휴를 맺고 내놓는 카드를 말한다. 카드 디자인은 카드사 자체 디자인이 아닌 제휴사의 브랜드를 강조한 이미지를 활용한다. 현대카드와 스타벅스코리아가 손잡고 내놓은 '스타벅스현대카드', 신한카드와 11번가가 함께 내놓은 '11번가 신한카드' 등이 있다.

PLCC 역시 고객 유치가 필요한 카드사와 충성고객을 확보하려는 기업들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품이다.   

카드사 외 다른 금융회사들도 BaaS를 활용한 수익모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그룹은 네이버와 손잡고 '미래에셋증권 CMA-RP 네이버통장'과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잇달아 내놨다. 

2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은행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좀더 주도적으로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는 BaaS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카드사 등과 다르게 은행은 규제가 더 촘촘해 법리적인 부분을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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