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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CEO 대거 물갈이, 새 얼굴들이 뜬다

  • 2022.02.04(금) 15:47

하나금융, 10년만에 지주 회장 교체
세대 교체 국민은행·조직 환기 우리은행 CEO 교체
내년에도 신한·하나 CEO 뉴페이스 등장 예고

임인년 새해를 맞아 금융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장들이 대거 교체를 앞두고 있어서다.

최근 몇년새 금융권은 은행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보장은 물론 연임까지 이어지는 기조가 강했다. 금융회사들을 둘러싼 금융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실적 성장세가 이어진 와중에 CEO들에게 경영의 연속성을 부여해주기 위함이다.

다만 올들어 장기간 재직한 CEO를 업고 가는 부담을 털어낼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금융지주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CEO 교체라는 쇄신 카드를 꺼내 들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기조가 흐르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최고 수장 바뀌는 하나금융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지주 회장을 올해 3월 교체한다. 10여년간 지주회사를 이끌어온 김정태 회장이 3월 임기종료에 맞춰 연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히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 선정까지 마쳤다. 후보군에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내부인사 3명과 이성영 전 베인앤드컴퍼니 코리아 대표, 최희남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포함됐다.

금융권에서는 함영주 부회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5년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 통합이후 초대 KEB하나은행장을 맡아 현재 하나은행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취임이후 1년 만에 1조원대 였던 두 은행의 순익을 2조원 가까이로 끌어올리며 경영능력도 보여줬다.

임기 종료 이후인 2020년에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요직을 맡아왔다. 그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영관리부문을 전담하며 전략, 재무 등을 총괄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도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는 금융지주 최대 과제인 ESG경영을 총괄로 업무를 분장하며 그룹내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주력계열사 CEO와 지주내 굵직한 사업을 총괄해 왔지만 변수도 있다. 그가 안고 있는 법적 리스크다. 은행장 시절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게다가 DLF(파생결합증권)사태로 인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은 이후 이와 관련된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다만 같은 사안으로 앞서 판결이 나온 다른 금융회사들이 무죄를 받았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2022년부터 KB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세대 교체 KB국민은행-조직 환기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은 임인년 주요 금융회사 CEO 교체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말 임기가 끝난 허인 전 KB국민은행장에 이어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올해부터 KB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자회사대표추천위원회를 열고 올해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대신할 인물 3명을 추렸다. 여기에는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업무총괄 수석부사장,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전상욱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집행부행장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허인 전 KB국민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공통점이 있다. 두 회사의 모기업인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지주회장-은행장 겸직을 종료하면서 주력계열사인 은행을 이끌 인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허인 전 KB국민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차기 금융지주 CEO 자리에 오를 유력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은행장 자리를 비슷한 시기에 내려놓으면서 평가는 정반대가 됐다.

허인 전 은행장의 경우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개인고객부문, WM/연금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내년 종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차기 회장 후보에 가까이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KB금융지주는 세대교체에 나서는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올해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권광석 우리은행장.

반면 권광석 은행장은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용퇴하게 됐다. 다만 우리은행장 교체의 경우 세대교체 보다는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완전 민영화의 원년을 맞으면서 조직 환기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되면서 자회사 대표 후보 추천권을 지닌 사외이사진이 교체되면서 이같은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는 앞서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4% 이상을 사들인 유진 PE가 신요환 사외이사를 추천했고, 그간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았던 푸본생명이 윤인섭 사외이사를 추천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사외이사진에 합류한 이후 곧장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에 이름을 올려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에 따른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도 연이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CEO 교체 내년에도 이어진다

금융권에서는 올해부터 시작된 금융권 CEO 교체 물결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신한금융지주 주력계열사 CEO들의 임기가 올해 12월 끝난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 종료된다. 올해 연말에는 다시 주요 금융회사 CEO들이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일단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조용병 회장의 임기가 2023년 3월 종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은 지주 회장 후보군에 함께 이름을 올리며 계열사 대표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경우 이번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만큼 올해 회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회장 자리에 오르지 못할 경우와 지난해 취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회장의 의중이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거취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금융회사들은 CEO들의 임기가 2~3년으로 짧아 경영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장기 집권 CEO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측면이 있어 CEO 교체 시기가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차기 CEO 육성프로그램을 가동을 통해 경영의 연속성이라는 단점을 최소화 하는 장치를 마련해둔 점이 CEO 들의 교체 주기가 빨라진 이유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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