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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100일]下 '데이터→정보' 변환 능력이 열쇠

  • 2022.04.15(금) 07:20

마이데이터 기반 고객 데이터 상당수 축적
데이터 분석, '정보' 변환 능력이 성패 좌우
KB·토스 선두권…삼성 금융계열사 주목

마이데이터 산업의 시작은 좋다.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고객확보에 마케팅 총력을 동원한 영향도 있지만, 편리한 금융소비생활에 대한 니즈가 있던 금융소비자들 역시도 이에 응답했다. 당장 누적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공은 각 기업들에게 넘어갔다. 고객들의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숙제가 됐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쌓여있어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활용해 실제 사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정보'로 만들어 낼 것이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기업들이 확보한 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기본 '데이터' 모일만큼 모였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고객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동의를 얻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맞춤형 데이터의 정확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히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필요한건 다양한 표본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금융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마이데이터 고객확보에 나섰다. 많은 데이터가 모일수록 평균을 낼 수 있고 이에 따른 맞춤형 상품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이후 일선 영업점에게 마이데이터 고객 확보를 중요 전략으로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은행의 경우 KPI(핵심성과지표)에서 디지털 플랫폼 고객 유치항목의 배점을 상향했는데, 여기에 마이데이터 고객 가입 점수가 상당 부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마이데이터 고객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면서 영업점이 고객에게 권유하는 수동적 고객 모집과 고객이 직접 나서 가입하는 능동적 고객 모집 두가지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은행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고객 확보에 올해 1분기 마케팅 비용중 상당 부분이 포함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마이데이터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략은 일단 통한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45곳 누적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기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한 증거인 누적 API 전송량이 150억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서비스인 오픈뱅킹 API 전송량이 2년간 83억건이었다는 점에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가 금융회사에 축적되고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 '어떻게 잘 쓸 것이냐' 과제

앞으로의 관건은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하고 활용하느냐다. 수많은 표본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고 이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로 가공할 줄 아는 금융회사만이 마이데이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자산관리이고 이 분야에 전 마이데이터 산업 서비스 제공자들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여기서 더 차별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산하에 마이데이터 연구센터, 빅데이터 연구센터 등 데이터 가공을 더욱 잘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회사의 뿌리깊은 순혈주의를 깨고 디지털 전문가 영입의 마중물이 된 것 역시 마이데이터 산업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금융지주 빅데이터 연구센터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모여있어도 여기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뽑아내 가치를 올려야 한다"며 "이제 막 마이데이터 산업이 시작됐지만 데이터 가공은 일찌감치 중요하게 여겨졌고 금융회사들이 최근 몇년새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것도 맞는 말"이라며 "다만 마이데이터는 당장 수익성을 기대하기 보다는 회사 전체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데이터 주도권 싸움 이제 시작

금융권에서는 현재 마이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KB금융지주와 토스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먼저 KB금융지주의 경우 수집한 데이터를 계열사별로 특화시킨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마이데이터의 꽃인 자산관리는 KB국민은행이, 소비관리 서비스는 KB국민카드가, 투자관리서비스는 KB증권이, KB손해보험에서는 보험조회 및 보장분석 등의 기능으로 서비스를 다변화했다.

KB금융지주는 "데이터 이동이 본격화되고 데이터 경제시대가 도래했다"며 "시장선점과 차별화된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계열사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는 '금융슈퍼앱' 전략으로 간편송금앱인 토스에서 뱅킹, 주식투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스라는 하나의 앱에서 데이터를 한번에 축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토스는 전 금융권 월간활성화비율이 1800만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를 어느 금융회사보다 잘 모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금융회사중 숨은 강자라는 평가를 받고있는 삼성 금융사들이 한데 뭉친 것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의 금융계열사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는 최근 통합 금융플랫폼 '모니모'를 출시했다. 이 4개 회사에 가입된 가입자 수만 3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자체 데이터만을 통해 마이데이터 경쟁력을 쌓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아 1년동안 신규사업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 기간이 끝나면 삼성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 4개 금융사는 은행없이도 주요 금융지주급 실적을 낼 정도로 거대한 고객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전 산업권으로 따져봐도 삼성만큼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고 난 이후 삼성금융사들이 빠르게 치고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이 지난해 낸 순익은 4조498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핵심 계열사인 은행없이도 연간 4조 클럽에 가입한 KB금융지주(4조4095억원)와 신한금융지주(4조193억원)과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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