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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위가 진작 '차별성'을 앞에 뒀다면…

  • 2022.08.15(월) 06:11

30조 '새출발기금' 발표 후 비슷한 해명만 반복
'과도한 탕감' 오해 피하려다 정책 필요성 퇴색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6월 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대통령실 업무보고에 앞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새출발기금' 정책에 대해 "오해를 풀고 싶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커진 것을 두고 "기존 채무조정 제도(신용회복위원회 프로그램)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요지였다.

김 위원장은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아직 금융권, 보증기관, 중기부와 지자체까지 함께 논의 중"이라고 했다.▷관련기사: 민생 최우선...'빚 탕감' 논란 해명한 금융위원장(8월8일)

금융위는 하루 앞선 지난 7일에는 성실 차주를 무시하는 과도한 탕감제도라는 비판에 "새출발기금의 기본 구조와 채무조정 원칙은 현행 채무조정 프로그램(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 법원 개인회생) 등과 동일하다"면서 "조정 금리 수준, 원금감면율 등을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고려해 일부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 7월15일 민생안전대책에서 새출발기금을 등장시킨 이후 금융위는 줄곧 이런 식의 해명 모드다. 초점은 '과도하지 않다', '무분별한 탕감이 아니다', '종전 차주 보호제도와 다르지 않다'는 데 있었다. 차주의 도덕적 해이,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하는 비판을 막아서는데 급급했던 탓이다. ▷관련기사: '퍼주기' 진화 나선 금융위원장 "생동감 있게 하려다…"(7월18일)

하지만 금융위는 애초 새출발기금을 내놓으면서부터 '과감한 채무조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하는 데 3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부실 차주에 대해 최대 90%까지 원금을 감면한다는 것도 금융위가 스스로 강조한 '과감함'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는 그저 "이미 있는 제도와 동일하다"는 식으로만 해명하다 보니 정작 정책이 갖춰야할 '과감함'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재정을 30조원이나 투입한다는 정책이 그저 기존 정책과 같다니 허탈하기까지 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9일에야 새출발기금의 '차별성'을 앞에 둔 해명다운 해명을 했다. 권대영 금융정책국장은 "새출발 기금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복위의 워크아웃제도와는 다르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최대의 피해자가 개인사업자니까 이분들한테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게 새출발기금"이라고 했다.

개인사업자로서 물적 기반이 있는 특정 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정책이다 보니, 기존의 개인 대상 프로그램을 차용은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0조원이란 과감한 예산 투입도 코로나 때 집중된 저리 대출의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진작 차별성을 더 부각했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됐을까 싶다.

금융위는 곧 새출발기금의 세부 운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물가도 뛰고 금리도 급히 오르는 요즘이다. 실물경제의 기반인 중소상공인을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관련기사: 논란의 새출발기금 밑그림 나온다…은행권 '예의주시'(8월11일)

이제 관건은 금융위의 말처럼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 지원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또다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금융권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도 불안해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오해를 부르지 않는, 군색한 변명도 필요없는 정교한 시행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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