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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업은행 부산이전, '답정너'로는 답 없다

  • 2022.09.19(월) 16:40

부산이전 강행 예고한 강석훈…노조와 대립 격화
부울경 경제 부흥 외쳤지만…명분·소통의지 부족

"직원들과 (부산에)간다 안 간다 토론하는 게 상당 부분 의미가 있을까…정부 결정 사안인데 거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서 우리 직원들이 냉정하게 판단하길 기다리겠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점 부산이전과 관련해 노동조합(노조)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취임과 함께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부산이전 등 현안에 대한 직원들 의견을 듣고 외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무엇보다 부산이전 필요성에 대해 직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경제의 재부흥을 위해 산업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강석훈 회장 주장이었지만 곳곳에 빈틈이 보인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경제부흥 외쳤지만…

강석훈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 이유로 부울경 지역의 경제 부흥을 내세웠다. 강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심지가 수도권으로 모아졌고, 부울경은 뒤쳐졌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부울경 지역도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전초기지로 탈바꿈해야 하고 산업은행 부산이전은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 부산이전이 부울경 지역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산은 부산이전 자체만으로는 부울경 지역 경제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없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큰 그림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상황에서 산업은행만 덩그러니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균형발전과 경제유발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산업은행이 전국에 분포한 지점을 통해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는 발언도 부산이전 필요성과는 결이 다르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서울에 있다고 서울만 관리하는 것은 아니고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부울경 지역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금수요가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본점 위치에 관계없이 금융 지원이 필요한 곳은 전국에 분포한 지점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노조와 직원들이 부산이전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부산에 금융허브를 조성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금융 중심지로 실질적인 금융 활동이 가장 많은 이뤄지는 곳은 서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역별 금융서비스 산업 생산유발계수는 서울이 1.562로 가장 높다. ▷관련기사: [윤석열 시대]국책은행 지방 보낸다는데…금융 경쟁력은(3월20일)

강석훈 회장은 '한국경제 재도약' 프로젝트로 반도체 산업에 5년 동안 3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역시 부울경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전 명분으로 보기 어렵다. 부울경 지역은 해운‧항만 등 물류 중심지 역할과 조선‧석유화학‧자동차 등 중후장대 산업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곳으로 반도체 산업과는 거리가 멀다. 

공감 넘은 구체적 방안 있어야

강 회장은 부산이전에 대한 노조와 직원들의 우려에 대해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이전으로 산업은행 경쟁력 약화를 비롯해 젊은 인재들의 유출 가능성을 두고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 역시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부산이전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주거와 교육문제 등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무엇보다 강 회장 발언은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대안을 만들거나 새로운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닌 어떻게 직원들을 설득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부산이전을 두고 "직원들과 토론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발언에 직원들이 더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공약은 과거에도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의 반발 등으로 가시밭길이었다. 지방이전 후에도 정부가 기대했던 인구분산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창출 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전 효과가 명확하려면 단순 기관 이전을 넘어 주변 지역과의 연계 개발 등 후속 정책이 필수다.

이미 정해진 답을 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이끌어내는 것만이 강 회장 역할은 아니다. 부산이전이 필요하다면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기대효과와 필요한 보완 정책 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구상해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반대의 경우라면 직원들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 역시 강 회장 몫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강 회장이지만 부산이전을 위한 명분도, 직원들 공감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금의 대립이 계속된다면 부산이전은 커녕 정책금융기관과 글로벌 IB(투자은행)로서의 산업은행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강 회장 행보에 금융권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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