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반복되는 은행권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대표이사(CEO), 이사회 및 임원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사고는 금융권의 신뢰 훼손 등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불법행위자 당사자 외에도 경영진, 이사회 등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게 된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제재하기보다는 해당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작동 여부에 따라 당국으로부터 책임을 경감·면책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중간 논의'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올 하반기부터 연내 금융사 내부통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목표로 TF를 운영해왔다. ▷관련기사: '누구까지 책임질지 정해두라'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킥오프(8월12일)
금융위는 현행 규율체계 상에서는 금융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지는지 불명확하다는 문제점을 손봤다. 금융사의 대표이사, 이사회 및 임원들이 하급자에게 책임을 돌리지 못하도록 그에 대한 책임까지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TF에서는 3가지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우선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표이사가 모든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책임 범위는 사회적 파장이나 소비자 및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중대 금융사고'에 한정할 계획이다.
또 대표이사가 해당 금융사고를 예방·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규정·시스템을 구비하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관리했다면 조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간주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경감·면책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회사 이사회가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업무를 감독하도록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 의무도 명문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이사회가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관리업무를 감독하고, 대표이사에 대해 내부통제 관련 의무 이행현황에 대해 보고하도록 요구할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담당 임원들에 대한 책임도 부여된다. 각 업무영역별로 모든 임원들이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임원 별 책무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임원들은 대표이사가 직접 담당하는 중대 금융사고 이외의 금융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책무를 부담하게 된다.
각 임원이 자신의 책무를 임원이 아닌 자에게 위임·전가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 영역 내에서 직접 내부통제와 관련한 관리·감독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향후 TF에서는 법리적 검토 및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제도 내용을 확정하고, 법령 개정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를 규제가 아닌 경영전략이자 조직문화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대표이사가 수익 창출을 위한 성과관리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위험통제를 균형 있게 수행하여 궁극적으로 금융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통제 책임의 소재와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금융회사 지배 구조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도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며 "임원 간 내부통제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지는 만큼,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