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보낸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1월 경제주체 심리에 주목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동결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새해 들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호전됐다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와 동시에 주중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관심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조짐이 보인다면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경제주체 심리 회복세 보일까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6일과 27일 1월 소비자동향조사,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발표한다.
먼저 소비자들의 현재 경제 상황 인식이 담긴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9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3.4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값으로 해 100보다 높을 경우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00을 하회할 경우에는 앞으로도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금융권에서는 12월 들어 물가상승률이 둔화된 움직임을 보인데다가 연말을 맞아 가계의 상여금 유입 등으로 형편이 나아진 영향에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등했다고 평가했다.
1월 들어서는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설 주요 성수품의 가격이 지난해 보다 하락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고 명절 상여금 등의 영향으로 이같은 기조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업들이 내다보는 미래를 나타내는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의 경우 전월보다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138억62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0.9% 줄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이미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나 다름없는 수출에서 안좋은 통계가 발표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심리는 더욱 나빠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에서는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악화된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론에 힘이 더 실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최대 근거는 고물가다. 소비자심리지수에는 경제주체의 물가인식에 대한 판단이 담기는데 이 수치가 개선됐다면 기준금리를 인상의 근거가 사라지는 셈이다.
기업경기실사지수의 경우 현재 기업들은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이 큰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것이 더욱 악화했을 경우 경기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하게 만들 재료로 꼽힌다.
미국 경제성장률 주목
26일 한국은행은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를 내놓지만 금융시장은 같은날 발표되는 미국의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단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목표치인 3.5%를 지난 금통위에서 달성했다. 당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는 우리나라의 금리결정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미국이 지난해와 같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린다면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4분기 미국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재료로 활용된다면 우리나라 역시 한 숨 돌릴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패트릭 하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연설을 통해 인플레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고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고 관측하며 기준금리는 인상하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씩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발표되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전망했던 1.7%를 하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반도체 경기 둔화, 이태원 사태 등으로 지표가 나쁘게 나와 (4분기)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이보다 낮아졌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