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올해도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본점 부산 이전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 30조원 규모 UAE(아랍에미리트) 투자도 현실화해야하는 중책도 맡았다.
하지만 둘 모두 녹록지 않다. 우선 부산 이전은 반대하고 있는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법적 대응 뿐 아니라 반대 여론 조성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는 데다, 국회 문턱도 더 높아진 상태다. 해외 투자 유치 역시 과거 정부에서도 실제 투자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에 산업은행에는 부담이다.
'부산 No'…여론 끌어모는 산은 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산업은행지부(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보 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조직개편 등을 통해 부산으로 발령 받은 직원들의 인사조치가 법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을 내세운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중소중견금융부문과 해양산업금융본부 등 부산에서의 업무 규모를 키웠다. 특히 중소중견금융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부문 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통합했다. 여기에 동남권투자금융센터도 신설했다. 해당 부서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게 된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부산이전'으로 읽히는 산은 조직개편(22년 12월5일)
산은 노조는 관련 인사 발령에 대해 "사무실과 직원 숙소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으로 불법 부산 이전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처분 결과는 오는 15일 변론기일을 거쳐 월말께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설 채비도 했다. 우선 내달 2일에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토론회를 갖는다. 행사명칭이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인데, 산업은행 이전 논란이 핵심 주제다.
특히 이 자리에는 강석훈 회장 전임인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산은 노조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여의도 국제금융 중심지 재구조화를 위해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며 서울시에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거들고 있다. 부산이전과 관련해 절차적 문제 등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부산이전을 위해 넘어야 할 국회 문턱은 더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산은 부산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시의회를 통해 토론회 내용을 전달하겠다"며 "국회 정무위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밝혀 이번 (국회)회기에선 산은법이 개정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UAE 투자유치 실무 역할도…'산은 몫'
본점 이전과 함께 올초 산업은행 최대 화두는 UAE 투자협약을 실제 투자유치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그 동안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지만 지난해 일단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매각에 성공하면서 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유럽과 일본 등의 심사가 남아있고, HMM 매각은 해양진흥공사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5일 'UAE 투자협력 네트워크' 발족과 함께 1차 회의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을 통한 300억달러 규모 투자협약과 관련해 '한-UAE 투자·금융분야 협력 후속조치 계획' 일환이다.
일각에선 300억달러 투자 협약을 '허울 뿐인 숫자'라고 지적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투자협약을 맺었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진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투자협약을 넘어 실제 투자유치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금융권 실무 작업을 산업은행이 맡게 된 셈이다.
강석훈 회장은 정부·공공기관·민간 합동으로 진행된 'UAE 투자유치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투자협약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국내 투자기관과 산업계 협조가 필요하다"며 "UAE 투자협력 네트워크는 지원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마무리된 상황이라 올해는 UAE 투자협력 후속조치가 가장 큰 업무 현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