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8년만에 개정됐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보험 사기행위 조사를 위해 관계기관과 포털 등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처벌 강화, 업계 관계자 가중 처벌 등 보험업계의 주요 요청 사항은 빠져 아쉬움을 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공포된 개정안에서 위임한 사항을 정한 것으로 오는 8월14일부터 시행된다.
보험사기 알선, 포털·SNS로 추적
먼저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행위 조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관계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보험사기를 알선·권유하는 웹페이지 정보는 통신사, 포탈, SNS 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혐의 정보 게시자의 정보통신망 접속기록, 성명, 주소, 연락처 등이 포함된다.
당국은 보험금 허위 청구, 고의사고 등의 제보가 있을 경우 조사에 필요한 요양급여 내역이나 산재보험금 부당이익 징수에 관한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보험사기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광고 행위로 의심될 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요청을 하거나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방심위 자동 심의요청 의뢰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수사 의뢰가 가능한 보험사기 알선·유인 등의 사례에 대해서 경찰청과 협의를 마쳤다.
수사기관의 의뢰에 따라 입원 적정성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환자 개인의 병력·건강상태와 입원 치료의 유효성 등을 고려한 '입원적정성 심사처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내용은 개정안 시행일인 8월14일에 맞춰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고될 예정이다.
아울러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사기 관련 고지 의무가 법제화된다.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료가 부당하게 할증된 경우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할증된 사실 △보험료 환급 가능 여부 △환급 절차 등을 알려야 한다. 앞서 2009년부터 자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던 것으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제도 안에 들어왔다.
당국은 "경찰청 등 수사기관 및 심평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조직적·지능적으로 진화하는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적발해도 처벌 약해…"추가 개정 필요"
이번 특별법 개정은 2016년 제정 이후 처음이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별법이 생긴 이후 보험사기는 오히려 증가했고, 처벌은 기존 형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처벌 강화 조항이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보험업계는 보험사기에 대한 기존 벌금형을 상향하고, 보험사기에 가담한 보험업계 종사자를 가중 처벌한 뒤 해당 명단 또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특별법은 보험사기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론 소액의 벌금형 또는 단기 징역형·집행유예가 대부분이다. ▷관련 기사:보험사기로 수억원 편취해도 '불기소' 수두룩 왜?(7월25일)
이 같은 주장은 국회에서도 받아들여졌지만 법무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관련 업종 임직원에 대해 법정형을 상향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평등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가중 처벌 규정이 경합해 과잉 처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당시 금융위는 법안 통과를 서두르며 처벌 강화 등은 뒤로 미뤘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난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시간이 많으면 좀 더 협의할 텐데 일단 보험사기 알선이나 광고 부분을 먼저 하고 나머지는 추후에 좀 더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22대 국회에 관련 법안 발의는 한 건도 없다. 업계는 법 개정 외에도 양형기준 설정 등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방향을 돌렸다. ▷관련 기사: "보험사기, 공탁 등 감경요소 삭제·가중요소 넣어야"(7월29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처벌 강화안은 안타깝게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특별법 개정에 따라 당국의 조사가 힘을 얻게 됐으니 더욱 엄정한 수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