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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씨젠 오너家, 세 딸 건너뛰고 손주 증여…절세 ‘한 수’?

  • 2023.06.13(화) 07:10

천경준 회장 부인 안정숙, 주식 170억 증여
외손주 7명 24억씩…세대생략 60억 절세효과
부부, 작년엔 세 딸에 510억어치 줬다 취소

진단시약 업체 씨젠의 오너 일가의 주식 증여가 이채롭다. 세 딸에게 물려줬다가 주가 하락과 맞물려 2개월 만에 ‘없던 일’로 했던 게 1년 전이다. 한데, 이번엔 딸들은 건너뛰고 손주들에게 나눠줬다. 이 역시 가성비 좋은 절세 전략이다. 
 

천경준 씨젠 회장(왼쪽). 천종윤 씨젠 대표.

취소 1년 만에 증여…이번엔 외손주들

13일 씨젠에 따르면 오너 일가인 안정숙(73)씨는 지난달 말 씨젠 주식 1.34%(70만주)를 증여했다. 당시 주식시세(종가 2만4200원)로 총 169억원 규모다. 지분은 3.01%→ 1.67%로 축소됐다.  

씨젠 창업자이자 오너인 천종윤(66) 대표의 숙모다. 천경준(76) 회장의 부인이다. 외손주 7명에게 똑같이 각각 0.19%(10만주) 24억원어치를 나눠줬다. 변정우, 이유준, 육서연 등 적게는 3살, 많게는 17살이다. 씨젠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천 회장 부부는 작년 2월 초 세 딸에게 각각 0.86%(45만주) 도합 1.72%(90만주)를 증여해 줬다가 4월 말에 가서 ‘없던 일’로 한 전례가 있다. 천혜영(46), 천미영(45), 천시영(43)씨 각각 0.57%(30만주)씩, 액수로는 513억원어치다. 

세금 문제와 결부지어 볼 수 있다. 상장주식 증여시 세금을 최소화 하려면 주가가 바닥이라고 판단될 때 하는 게 정석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상장주식은 증여일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총 4개월치 평균값으로 증여재산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증여 당시 주가는 5만7000원이다. 5만원이 붕괴되며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 취소 시점에는 4만1400원에 머물렀다. 결국 증여 취소는 세금 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 적절한 시점에 재증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여세 신고·납부기한은 증여받은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까지다. 이 기간 내에는 증여 취소가 가능하다. 

현재 씨젠의 주가는 더 밀린 상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PCR(유전자증폭) 기반의 진단키트로 대박을 쳤지만 작년 엔데믹 국면 진입으로 실적 하락과 함께 주가 급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이번 천 회장 부인의 증여 시점(2만4200원)의 주가만 봐도 작년 4월 증여 취소 때(4만1400원)와 비교하면 42% 낮다. 결과적으로 현 시기를 재증여 타이밍으로 잡았다는 얘기가 된다. 

천경준 씨젠 회장 일가 주식변동

세대생략증여 절세 측면 가성비 ‘굿’

한데, 작년 초 증여 대상이었던 세 딸은 배제했다. 대신에 손주들에게 나눠줬다. 이 또한 절세 측면에서는 어찌 보면 한 발 더 나아간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즉, 조부모→자녀→손자로 대를 거쳐 증여할 때보다 세금이 덜 먹힌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것을 세대생략증여라 한다. 세대를 건너뛰면 증여세를 한 번만 내면 되기 때문에 할증해서 더 걷는다. 할증과세다. 통상 산출세액의 30%다.  다만 미성년자가 20억원을 넘게 물려받으면 40%가 붙는다.  

증여 당시 주가로 따져 볼 때, 먼저 천 회장 외손주 1인당 과세표준은 대략 29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증법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이면 증여재산이 20% 할증되는 데 따른 것이다. 

과세표준 10억~30억원은 증여세율이 40%다. 산출세액은 12억원에서 누진공제(1억6000만원)를 뺀 약 10억원이다. 여기에 40%를 가산하면 1인당 증여세는 어림잡아 14억원이다. 7명이면 100억원가량이다. 

반면 이번 씨젠 주식 1.34%(70만주․169억원)를 세 딸에게 각각 0.45%(23만3000주․56억원) 물려준 뒤 다시 손자 7명에게 0.19%(10만주)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증여가 이뤄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세 딸의 1인당 과세표준이 67억원으로 30억원이 넘어 이때는 최고세율 50%가 붙는다. 누진공제(4억6000만원)를 빼더라도 세액이 29억원이나 된다. 세 딸의 증여세가  거의 90억원이다. 손주들의 70억원(1인당 10억원)을 합하면 160억원이다. 따라서 세대생략증여만 놓고 보면 천 회장 집안 전체적으로는 60억원의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천 대표는 씨젠 1대주주(18.21%)로서 천 회장(3.54%) 특수관계인을 포함, 31.14%의 지분은 보유 중이다. 이번 증여로 특수관계인은 26명→33명으로 늘었다. 씨젠의료재단(0.84%)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인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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