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디바이오센서그룹의 사주가 마침내 2000억원이 쌓여 있는 개인 곳간을 10년 만에 열었다. 그간 남부러울 게 없는 ‘캐시 카우’(현금창출원)였지만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인해 적자에 빠진 양대 주력사룰 대신해 개인회사를 새로운 개인 현금 조달 창구로 활용한 지 주목거리다.
조영식, 개인업체서 10년 만에 첫 배당금
29일 SD바이오센서 계열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이하 ‘SDB인베스트’)의 2023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중간배당으로 12억원을 현금배당했다. 전액 SD바이오센서 오너인 조영식(62) 회장에게 들어갔다. 조 회장의 SDB인베스트 첫 배당수입이다.
SD바이오센서 계열은 총 39개사(국내 10개·해외 29개)다. 체외진단 시약업체 SD바이오센서㈜와 바이오 콘텐츠 및 동물 진단업체 ㈜바이오노트가 핵심이다. 조 회장은 ㈜바이오노트 지분 44.79% 최대주주다. ㈜바이오노트는 SD바이오센서㈜ 36.49% 1대주주다. 조 회장은 또한 SD바이오센서㈜ 26.19%를 보유, 강력한 경영권을 쥐고 있다.
조 회장은 이와 별도로 비상장 1인회사를 소유 중이다. SDB인베스트다. 2007년 8월 설립된 범진종합관리가 전신이다. 조 회장이 2013년 1월 직접 사들인 뒤 사재 500억원을 출자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금융 투자업체다. 전체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표직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이 SDB인베스트를 개인회사로 만든지 10년 만에 첫 배당금을 꺼내 갔다는 것은 앞으로 SDB인베스트를 개인 자금줄로 본격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맞물려 그간 배당을 통해 돈줄 역할을 해왔던 양대 주력사는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엔데믹’ 직격탄 양대 주력사 배당 ‘뚝’
SD바이오센서㈜와 ㈜바이오노트는 잘 알려진 대로 2020년 코로나19 신속 항원 진단키트 개발로 초대박을 터트렸던 곳이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엔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단적으로 2022년 각각 1조1500억원, 295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작년 2480억원, 47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배당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SD바이오센서㈜는 잭팟이 터진 2020년(결산 기준) 499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1280억원에 이어 2022년에는 중간 708억·결산 297억원을 배당했지만 작년에는 중간·결산 모두 중단했다. ㈜바이오노트 역시 3년간 매해 500억원을 푼 뒤 지난해에는 204억원으로 절반 넘게 축소했다.
대주주인 조 회장의 배당수입도 대폭 줄었다. 2020~2022년 양대 계열사를 통틀어 총 1700억원, 한 해 평균 567억원을 챙겼던 조 회장은 작년에는 91억원이 전부로 6분의 1 토막이 났다.
따라서 이번 SDB인베스트 12억원 첫 배당은 비록 액수로는 상대적으로 얼마 안되지만 조 회장이 적자에 빠진 양대 주력사를 대신해 SDB인베스트를 본격적인 개인 캐시카우로 활용하는 시발점이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재원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아직도 남아있는 이익잉여금이 2070억원 쌓여있다.
바꿔 말하면 SDB인베스트가 탄탄한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 회장이 SDB인베스트를 외부의 경영권 위협을 차단하는 안전장치이자 인수합병(M&A) 투자 통로로 십분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DB인베스트는 현재 ㈜바이오노트 15.22%, SD바이오센서㈜ 2.56%의 지분을 소유, 조 회장의 뒤를 받치고 있다. 아울러 동물약품 개발업체 씨티씨바이오 3대주주로서 지분 8.7%를 보유하는 등 조 회장이 제약·바이오 업체를 타깃으로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를 하는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 [거버넌스워치] SD바이오센서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