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에 위치한 ‘동대구대성빌딩’. 대구지하철 동대구역(KTX 환승역)과 신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다. 대지면적 548.4㎡에 지하 2층~지상 11층 건물이다. 빌딩주가 중견 에너지기업 대성홀딩스 오너 김영훈(72) 회장이다. 2005년 7월 매입했다.
대성홀딩스 계열 중 알앤알(R&R)이 본점을 두고 있는 곳이다. 김 회장의 1인 회사나 다름없이 소유하며 경영권 유지의 안전장치로 활용해왔던 곳이다. 계열 최상위 지배회사다. 이제는 3대 세습의 본거지다. 중심에는 늦둥이 아들 김의한(30) 대성홀딩스 전무가 있다.
‘늦둥이’ 3세…짧고 굵게 광폭 행보
김 회장의 1남3녀 중 장남으로서 비록 자타공인 후계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김 전무는 알려진 커리어가 거의 없다. 겉만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실상은 어린 나이에 하나 둘 계열사에 발을 들이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뒤집어 말하면, 늦둥이 후계자인 터라, 김 회장이 빠른 속도로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김 전무는 21살때 이미 유기농 아몬드를 재배하는 미국 현지법인 대성아메리카(DAESUNG AMERICA)의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가졌다. 국내 계열사 중 처음으로 대성청정에너지(옛 경북도시가스) 이사회에 직행한 것도 이 무렵인 2015년 5월의 일이다.
특히 작년 초에는 29살의 나이에 전무 타이틀을 달고 지주사 대성홀딩스 경영에 입문했다. 현재 전략기획실을 총괄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짧고 굵게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김 전무가 부친과 더불어 알앤알의 양대(兩大) 주주로 부상한 때도 역시 이렇듯 소리 소문 없이 경영수업 단계를 밟아나가던 와중이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미리 터를 닦아 놨다.
2017년 8월 알앤알이 대성인베스트를 합병했다. ‘[거버넌스워치] 대성홀딩스 ②~③편’을 복기하면, 당시는 김 회장이 이 두 곳(99.83%․50.4%)과 대성홀딩스(39.9%) 개인지분 외에 알앤알을 정점으로 한 계열구조를 통해 강력한 지배기반을 갖추고 있을 때다.
즉, ‘알앤알(49.6%)→대성인베스트(16.78%)→대성홀딩스(63.64%․50%)→대성에너지·대성청정에너지’ 구조에서 통합 뒤에는 알앤알이 직접 지주사 대성홀딩스의 계열 주주사로 등장했다는 얘기다.
알앤알 2대주주 된 뒤 이사회 합류
딱 3개월 뒤다. 2017년 11월 김 전무가 대성홀딩스 지분 16.06%를 알앤알에 전량 현물출자했다. ‘[거버넌스워치] 대성홀딩스 ④편’에서 얘기한 대로, 2013년 9월 두 고모 김영주(76) 대성그룹 부회장과 김정주(75) 대성홀딩스 부회장으로부터 29.07%를 증여받은 뒤 증여세 납부를 위해 13.01%를 처분한 뒤 갖고 있던 지분이다.
알앤알은 대성인베스트 통합 뒤 이전 받은 16.78%에 더해 대성홀딩스 지분을 32.84%로 확대했다. 현재 김 회장(39.9%)에 이어 단일 2대주주로 있는 이유다. 대성홀딩스 지배구조 측면에서 알앤알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거저일리 없다. 당시 김 전무가 넘긴 대성홀딩스 주식은 액수로는 287억원(주당 1만1131원)어치다. 대가로 알앤알로부터 동일한 액수만큼 유상증자 신주를 받았다. 당시 알앤알 발행주식의 69.3%에 해당한다.
원래는 김 회장 1인 회사나 다름없던 알앤알이 부자 공동소유로 재편됐다. 즉, 김 회장은 알앤알 소유지분이 99.88%→59.00%로 축소된 반면 김 전무가 40.93%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부상했다. 결과적으로 김 전무(40.93%)→알앤알(32.84%)→대성홀딩스로 이어지는 후계승계 기반이 형성됐다. 나머지는 김영주 부회장 몫이지만 0.07%가 전부다.
김 전무는 현재 알앤알의 경영에도 발을 들인 상태다. 이사회에 합류한 게 2019년 3월의 일이다. 큰고모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게다가 이듬해 5월에는 모친 김정윤(55)씨까지 대표에 올라 양친이 직접 경영을 챙기고 있다. 이래저래 알앤알이 후계 승계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알앤알 가치 ‘Up’…승계 지렛대 활용 심산
즉, 방식이야 뭐가 됐든 알앤알의 기업가치를 업그레이드시켜 대물림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실화된다면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알안앨을 중심으로 다시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 실제 김 전무가 갈아탄 이후 알앤알의 기업가치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알앤알은 2011년 2월 건설부문을 물적분할해 현 건물관리업체 대성이앤씨에 넘긴 뒤로는 자체 사업이 없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현재 영업수익(매출)은 지분법이익이 거의 전부다. 대성홀딩스 2대주주로 부상한 이후 통해 지분법이익을 통해 대성홀딩스로부터 매년 따박따박 배당금이 꽂히고 있다는 얘기다.
대성홀딩스는 2022년까지 33년간 배당을 거른 적이 없다. 2012년 이후로는 매년 주당 250원 총 40억원가량을 풀고 있다. 알앤알은 2017년 주주(32.84%)로 등장한 이후 해마다 13억원가량을 배당수익을 챙기고 있다. 6년간 총 79억원이다.
현재 알앤알의 총자산은 1880억원이다. 이 중 자기자본이 1580억원(자기자본비율 83.9%)이다. 2016년(471억원)에 비해 3배 넘게 불어났다. 2016년 327억원 정도였던 이익잉여금이 1250억원으로 증가한 데 기인한다.
알앤알이 대성홀딩스 배당수입 등을 합해 순익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6년간 적게는 28억원, 많게는 356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9.18%에 머문다.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는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알앤알은 김 전무의 ‘현금줄’ 노릇도 하고 있다. 2021년부터 현금배당에 나섰다. 2016년 이후 5년만이다. 2021년 결산배당으로 9억원, 2022년 중간배당으로 29억원 도합 38억원을 풀었다. 2년간 손에 쥔 배당금이 16억원이다.
김 전무가 이렇듯 계열 최상위 지배회사 알앤알을 기반으로 한 ‘승계 카드’를 손에 넣기 까지 개인자금을 들일 일은 거의 없었다. 가성비 만점인 김 회장의 3대 세습 작업의 결과를 기다려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 [거버넌스워치] 대성홀딩스 ⑥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