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골프장 운영 계열사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의 장악력을 높일 기회를 잡았다. 렉스필드CC가 2대주주의 제동으로 좌절됐던 유상증자를 7년 만에 재추진하고 있어서다.
웅진, 렉스필드CC 실질지분 과반 못미쳐
26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렉스필드CC는 다음달 19일 2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주당 3050원(액면가 500원)에 655만7374주를 발행한다. 현 발행주식의 163% 규모다. 2006년 1월 이후 첫 자본확충이다.
렉스필드CC는 경기도 여주시 27홀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지바현의 18홀 골프장 오하라 온주쿠 GC 인수를 위한 것이다. 일본 현지법인 렉스필드재팬 설립과 함께 증자 자금을 출자해 24억엔에 지분 100%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웅진그룹 지주사 ㈜웅진과 전남 연고의 중견 건설사 세운건설 계열의 극동건설이 각 43.24% 공동 1대주주다. 원래는 웅진그룹 오너 윤석금(79) 회장이 86.48%를 보유하다가 극동건설 부도로 촉발된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이원(二元) 지배주주 체제가 됐다.
2009년 12월 윤 회장으로부터 렉스필드CC 지분 절반을 증여받았던 극동건설이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16년 세운건설에 매각된 데 따른 것이다. 나머지 지분 절반은 2014년 10월 ㈜웅진이 증여받은 주식이다.
다만 경영권은 웅진그룹이 행사하고 있다. 이사회 4명(사내 1명·비상무 3명) 중 3명이 남기성 대표 등 웅진 측 인사다. 바꿔 말하면 웅진이 렉스필드CC의 경영권을 쥐고는 있지만 증자를 계기로 지배기반 또한 한층 강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7년 ㈜웅진 대상 증자 극동건설이 제동
㈜웅진은 현재 윤 회장의 두 아들 윤형덕(47) 렉스필드CC 부회장(미등기), 윤새봄 ㈜웅진 대표 각 1.9% 등 4명을 특수관계인으로 두고 있다. 6.32%다. 이를 합해도 실질 지분 49.56%로, 절반에 못미친다. 반면 소수주주의 지분이 7.20%로 ㈜웅진의 특수관계 보다 0.88p 많다.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웅진그룹은 2017년 11월 렉스필드CC의 50억원(발행주식 500만주·주당 1000원) 제3자배정 증자를 추진하다가 극동건설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으로 제동이 걸린 전례도 있다. 당시 렉스필드CC 증자는 ㈜웅진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로 인해 ㈜웅진의 지분은 74.69%로 증가하는 반면 극동건설은 19.28%로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번 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이지만 웅진이 소유지분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 ㈜웅진은 일찌감치 배정(1주당 1.63주) 액수대로 86억원을 출자키로 한 상태다. 이에 더해 주주 청약 뒤 발생하는 실권주 처리 방안을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함에 따라 실권주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다.
현재 ㈜웅진 및 특수관계인, 극동건설을 제외한 소수주주는 787명이다. 배정금액은 14억원이다. 만일 소수주주들이 전량 증자에 불참하고, 실권주를 ㈜웅진이 사들인다면 47.7%로 확대된다.
따라서 극동건설이 전량 참여해도 공동 1대주주 체제가 깨지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윤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몫 13억원을 전액 청약한다면 ㈜웅진은 54.02%의 실질 지분을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