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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의 그늘]③팔때는 고객님 A/S때는 호갱님

  • 2015.06.12(금) 18:40

턱없이 부족한 A/S센터..수리비는 국산차의 3배
시간·비용 부담 계속 증가..획기적 대책 필요

수입차 100만대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車=사회적 지위'라는 등식이 통용된다. 그덕에 수입차 사장은 고속성장 중이다. 조만간 수입차 점유율이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덩치는 커졌지만 속은 부실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현 주소와 풀어야할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건축업을 하는 유 모씨(45세)는 자신의 차 생각만 하면 화가 치민다. 최근 방문했던 A/S센터 때문이다. 유 씨는 그날도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길. 갑자기 기어가 말을 듣지 않았다. 가까스로 차를 세우고 A/S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A/S센터에서는 즉각 유 씨의 차를 가져갔다. 유 씨는 '역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차라 서비스도 좋다'고 생각했다. 차량 점검을 마친 A/S센터에서는 오토미션 교체를 권했다. 유 씨는 바로 수리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황당했다. "요즘 수리 차량이 많은 데다 작업장이 부족해 3주일쯤 걸릴 것"이라고 했다. 유 씨는 오늘도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 국산차보다 못한 A/S 만족도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수입차의 제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해당 브랜드가 갖는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서다. 이 때문에 고가임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수입차 업체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유난히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 가치 등을 강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국산차와는 차별화된 특별한 가치를 누리기를 원한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을 운행하면서 경혐하는 제품성이다. 다른 하나는 A/S다. 특히 특별한 A/S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자동차는 정밀한 기계 조합이다. 자동차 한 대당  2만~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이 모든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자동차가 움직인다. 하지만 자동차도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A/S다. 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국산차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편리한 A/S 때문이다.

 

수입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국산차급을 넘어선 A/S를 원한다. '이게 얼마짜리 차인데'라는 생각이 강하다. 많은 돈을 들인 만큼 특별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수입차를 소유한 소비자들은 국산차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비용이 비싸고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불편 때문이다.

 

국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수입차 소유자들의 A/S 체감 만족도는 국산차에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국산차 A/S 체감 만족도가 수입차를 앞섰다. 지난 2002년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2011년까지 10년간 단 한번도 역전된 적이 없었던 수치다. 하지만 2012년부터 작년까지 국내차와 수입차의 A/S 만족도는 3년째 역전된 상태다.

 

◇ A/S센터 태부족 

 

수입차 소비자들이 A/S에 큰 불편함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차 판매 속도와 업체들의 A/S망 확충 속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수입차 판매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는 반면 업체들의 A/S망과 장비 확충 속도는 이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실제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소위 빅 4브랜드의 전국 공식 A/S망 합계는 총 109개다. 이에 반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국 공식 A/S망은 총 2260개다. 빅 4브랜드의 A/S망이 현대·기아차의 4.82%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공식 A/S 기간은 3년이다. 지난 3년간 이들 빅 4브랜드가 판매한 차량 수는 총 28만7345대다. 따라서 이들 공식 A/S센터 한 곳이 수리해야 할 차량 대수는 평균 2636대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대수는 339만6000대, 현대·기아차 A/S센터 한 곳이 수리해야 할 차량 대수는 평균 1502대다. 

 

▲ 현재 수입차 업체들의 A/S센터는 국산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수리 예약에만 3주일씩 걸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수입차 업체들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들어 A/S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판매 속도에 비해 현저하게 늦은 A/S센터 확충으로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차 A/S센터 한 곳에 걸리는 부하가 현대·기아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이들 빅 4브랜드는 올해 연말까지 A/S센터를 198개로 현재보다 90개 가량 더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A/S센터가 부족하다보니 수리 예약 일정을 잡는데만 보통 3~4주가량 걸린다. 수입차 소비자들이 A/S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회사원 강 모씨(42세)는 "A/S센터에 한달 걸려 수리를 맡겼는데 원인을 찾지 못해 직접 본사에 메일과 사진을 보내 겨우 원인을 찾았다"며 "본사에서 부품을 보내와 수리하는 데 꼬박 8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A/S센터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시간과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A/S에 대한 인식과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수입차 시장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A/S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충성고객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 수입차 수리비, 국산차의 3배
 
A/S센터 부족과 함께 과도한 수리비용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수리비용은 부품비용과 공임(인건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의 수리비용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수입차 구입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부품을 현지에서 들여와야 하다보니 물류 비용과 세금 등이 부과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본사에서 부품을 주문하고 들여와야 하다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들 수밖에 없다"며 "나름대로 프로세스 개선 등 여러 부문에서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수입차 1회 수리 비용은 평균 274만7000원이었다. 국산차는 95만2000원으로 국산차에 비해 2.9배 높았다. 부품 값은 최대 4.6배나 비쌌다. 공임은 2배가량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차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한 수입차 업체의 부품 물류센터 모습. A/S센터 부족과 더불어 국산차에 비해 3배나 비싼 수리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부품가격은 국산에 비해 최대 4.6배, 공임은 2배 가량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때문에 최근 정부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에게 각종 부품과 가격 등을 공개토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부품명을 영어로 표기하거나 누락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소비자들이 찾아보더라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A/S센터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대부분 3~5년(6만~10만㎞)의 보증기간을 둔다. 하지만 이 보증기간이 지나면 A/S시 부품 가격이 크게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A/S센터 부족과 비싼 수리비 문제는 앞으로 수입차 업체가 시장을 확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더 이상 메리트를 누릴 수 없다면 등을 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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