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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의 그늘]④'강제리콜' 폭증세

  • 2015.06.16(화) 08:11

작년 수입차 리콜 사상 최다
'리콜=품질 결함' 인식 필요

수입차 100만대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車=사회적 지위'라는 등식이 통용된다. 그덕에 수입차 사장은 고속성장 중이다. 조만간 수입차 점유율이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덩치는 커졌지만 속은 부실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현 주소와 풀어야할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중 하나인 BMW 5시리즈 3488대에 대해 리콜 처분을 내렸다. 국토부는 이들 차량의 뒤쪽 범퍼에 장착된 후부반사기가 빛 반사율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럴 경우 야간에 뒤에서 운행하는 운전자가 전방의 자동차를 인식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

 

#지난 4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11종 2579대가 리콜 명령을 받았다. 국토부는 C200 차량 1187대에서 연료 공급라인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료 탱크 내부에서 연료가 누설돼 연료 공급 압력이 떨어지면 시동이 꺼질 위험이 있다. E220 등 10개 차종 1572대도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텐셔너의 장력을 조절하는 개스킷 상태가 불량해 엔진오일이 엔진룸의 고온 부위에 닿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수입차 '리콜' 5만대→13만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수입차 '리콜(recall)' 대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리콜' 대수는 총 13만6633대(작년 수입차 판대 대수 19만6359대)다. '리콜' 대상 차종은 400개에 달한다. 수입차의 '리콜' 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올해는 지난 5월까지 이미 작년의 절반 수준인 7만474대가 '리콜' 처분을 받았다.

 

'리콜'은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을 때 자동차 제작·조립·수입자가 그 결함 사실을 해당 소유자에게 통보하고 수리·교환·환불 등의 조치를 하는 제도다. '리콜'은 두 가지로 나뉜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의 지시에 의한 '강제 리콜'과 업체가 결함을 발견해 실시하는 '자발적 리콜'이 있다.

 

문제는 국산차의 '리콜' 대수는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수입차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이후 국산차의 리콜 대수는 매년 10만~20만대 수준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13년 98만1298대로 급증했다. 당시 현대·기아차의 15개 차종 66만3000여대가 브레이크 스위치 접촉 불량으로 '리콜'이 결정됐던 탓이 컸다.

 

▲ 자료:국토교통부

하지만 이후 국산차의 '리콜' 대수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작년에는 73만175대(작년 판매량 146만3893대)로 줄었고 올해는 지난 5월까지 33만424대를 기록했다. 그동안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리콜 대수 감소 추세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반면 수입차의 리콜 대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수입차의 리콜 대수 증가는 판매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판매가 늘어나면서 결함 발견 빈도도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수입차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던 지난 2010년 수입차의 리콜 대수는 4만대를 넘어섰다. 그 전까지는 연 8000~1만대 수준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난 작년 한해동안 10만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늘 국산차보다 품질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안전 측면에서의 우위는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택하게 하는 요소다. 리콜은 자동차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동차의 결함은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따라서 수입차의 리콜 대수 증가는 그간 안전성에서의 우위를 강조했던 수입차 업체들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 부품 공용이 동시다발 리콜 원인

그렇다면 수입차의 리콜 대수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품 공용화다. 부품 공용화는 자동차 업체가 원가 절감을 위해 여러 차종에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글로벌 생산지역과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원가 절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부품 공용화는 원가절감을 위한 최선책이다. 차종마다 달랐던 부품들을 공용화하면 개발이나 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플랫폼 통합을 통한 원가절감에 나섰다. 이를 위해 다양한 차량에 같은 부품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개발비와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부품을 사용하는 차량에서 모두 결함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대규모 리콜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각 차급별로 플랫폼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쏘나타와 기아차의 K5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들 차량은 같은 부품을 사용한다. 따라서 한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차량에서 동시에 결함이 발생한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부품의 경우 자동차 회사들이 공유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럴 때도 결함이 동시다발로 터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에서는 연료펌프 문제로 닛산 ‘로그’ 9만5031대와 BMW ‘3시리즈’와 ‘4시리즈’의 쿠페, 투리스모 모델 7만500대에 대한 리콜이 실시됐다. 이들이 사용한 연료펌프는 모두 보쉬가 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강화된 리콜 관련 규정도 수입차의 리콜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작년 7월부터 해외리콜 보고 의무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 해외에서 결함이 발견돼 리콜 조치됐을 경우 해당 사업자는 그 내용을 국내 관계기관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 '리콜=부실한 품질' 인식 필요

업계에서는 앞으로 수입차 '리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판매가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결함 발생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카 열풍이 불면서 최첨단 전장부품이 대거 탑재된 차량들이 출시되고 있어 결함 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수입차 업체들이 '리콜'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리콜'을 해도 판매량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수입차 업체들의 리콜 대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수입차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지난 3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월 2만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 업계에서는 향후 수입차 리콜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수입차 판매가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결함 발생 비율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리콜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리콜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리콜=품질 결함이 있는 차'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오히려 '리콜'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리콜'이 무조건 부정적이었지만 반대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자발적 리콜의 경우 그만큼 우리가 고객의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결함에 대응한다는 의미"라며 "이런 점은 브랜드 이미지에 플러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수입차 업체들의 리콜은 대부분 강제 리콜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수입차 리콜의 90%는 강제 리콜이었다. 자발적 리콜은 10%에 불과했던 셈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얼마나 소극적으로 리콜에 나서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콜'에 들어간 차량은 기본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것이며 이는 해당 업체가 품질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면서 "소비자들도 리콜에 들어간 차량과 브랜드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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