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서비스(IFS) 부문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몰락한 명가 '인텔'의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 내에서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큰 그림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점유율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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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명가 활용한 '트럼프'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의 IFS 부문의 지분 20% 가량을 TSMC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텔과 TSMC 양사간의 협의보다는 트럼프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인텔은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기업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관련 분야에서 인텔의 아성을 위협할만한 기업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모바일 메모리에 대한 과소평가, 인공지능(AI)에 대한 무관심 등 연이어 흐름을 짚어내지 못하며 최근에는 '몰락' 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배당까지 중단했을 정도다.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의 패권을 좌지우지 하는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지금, 미국의 입장에서 인텔의 몰락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대만과 우리나라를 필두로 하는 외국에 핵심 산업의 주도권을 내준 셈이어서다.
미국 역시 바이든 정부때부터 이같은 상황을 반전 시켜 다시금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일어서겠다는 방침을 공고히 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철저하게 기술 보호에 나서는 업종이니 만큼 '돈'만 부어서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낸 카드가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인텔의 미국 내 파운드리 산업에 대한 지분을 인수토록 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해당 산업을 타국(대만)에 넘기는 것 같지만, 미국 내에서 반도체가 더 많이 생산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대만 입장에서 자국의 최고 기업에 대한 경영 방침에 미국이 나서는 셈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번 합병설에 딴지를 걸기는 힘들다. 대만이 경제는 물론 안보 차원에서도 미국에 기대는 부분이 많아서다. 아쉬운 입장이라는 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를 끌어올리는 정책을 쓰면서 미국이 직접 쓰는 반도체를 수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을 늘리도록 하는 셈"이라며 "TSMC는 울며 겨자먹기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인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텔 역시 파운드리 부분에 상당한 투자를 해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TSMC 입장에서도 가장 수요가 많은 미국에서 생산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마냥 나쁜 제안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셈법' 복잡해지나
이번 인수가 현실화 되면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파운드리 분야는 TSMC가 전세계 점유율 65% 가량을 차지하며 독주 중이고 삼성전자는 10% 안팎을 기록하며 아슬아슬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분야를 인수한다면 TSMC를 중심으로 하는 독주체제가 더욱 굳건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더해 'Made in USA'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장을 장악하는데 속도를 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지으면서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기업의 아성을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 역시 파운드리 사업을 재기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집행한 상황이었다"라며 "여기에 TSMC 고객군의 생산량까지 가져간다면 TSMC의 독주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셈법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