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9년 만에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여는 것은 그만큼 경영환경이 급변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이번달 말부터 4월까지 경기 용인의 인력개발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에선 임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며 위로부터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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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 11개 비금융 상장사 영업이익은 총 41조379억원으로 2023년보다 166.4% 증가했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023년 6조원대에서 지난해 32조원대로 뛰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 삼성전기 등도 두자릿대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작년 삼성중공업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15.5%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놓인 환경을 보면 위기감이 감돈다.
이 회사가 지난 18일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공고를 보면 D램 시장점유율은 2022년 43.1%, 2023년 42.2%, 2024년 41.3%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점유율은 2022년 21.7%에서 지난해 18.6%로 줄었다. 스마트폰 패널 점유율은 41.3%로 50%대가 무너졌다. 작년 TV 점유율은 28.3%로 2023년보다 1.8%포인트(p), 디지털 콕핏 점유율은 12.5%로 4%p 각각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모든 사업 부문 점유율이 밀린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급성장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선두권을 SK하이닉스에 빼긴 것이 뼈아팠다. 작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 15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반도체 영업이익이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어준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계열사도 긴장하고 있다.
작년 삼성SDI 영업이익은 3633억원으로 2023년보다 76.5% 급감했다. 작년 4분기엔 2017년 1분기 이후 7년여 만에 적자를 냈다. 실적 악화 원인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사업 부진이다. 여기에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 회사와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E&A와 에스원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고, 호텔신라는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지만 컨트롤 타워는 아직 재건되지 않고 있다.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사업지원TF가 운영 중이지만 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는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2019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재용 삼성 회장은 이번에도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았다. 세미나를 통해 그룹 전체 임원을 교육하는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컨트롤타워는 준법감시위원회 내부에서도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할 정도로 여러 관점서 평가되는 부분"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선 회사에서 많은 고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