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능을 한층 끌어올린 TV 신제품을 필두로 프리미엄급 시장 강화에 나선다. 양사는 같은 날 신제품을 앞다퉈 소개, 중국 가전 기업들의 매서운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기술 장벽'을 높게 쌓아 올리는 공통된 전략을 선택했다.
리모컨만 누르면 쏟아지는 'AI'

삼성전자는 2025년형 AI TV 신제품 라인업을 11일 공개, 오는 12일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해 Neo QLED 제품의 AI TV 모델군을 7개(QNF990·900·95·90·85·80·70)시리즈로 확대했고, 프리미엄 TV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도 기존 10개에서 14개로 선택지를 넓혔다.
삼성전자는 더욱 진화한 AI 기능을 TV서 구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 AI TV에 탑재된 '홈 인사이트' 기능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기기 사용 이력, 집안의 현재 환경이 고려된다. '부재중 기기 전원 끄기', '요리 중 주방 후드 켜기' 등 필요한 행동을 추천한다.
집안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는 '홈 모니터링' 기능은 집안 보안 상황에 대한 실시간 알람을 제공한다. 예컨대 TV가 꺼진 상태에서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면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 나 다른 TV로 알람을 보내는 방식이다.
TV 시청 중 콘텐츠 관련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유사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클릭 투 서치' 기능도 실행이 가능해졌다. 별도 검색창이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리모콘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간단히 실행되는 것이 장점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였던 화질 영상을 8K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8K AI 업스케일링 프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몰입감 높은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LG전자도 AI 기능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이날 LG전자는 '2025 LG 올레드·QNED TV 신제품 브리핑'을 통해 '보이스 ID'를 선보였다. 최대 10명까지의 목소리를 구분해 인식하는 기능을 통해 계정을 전환, 개인별 최적화된 콘텐츠와 화질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리모컨에 AI 전용 버튼을 탑재해 고객의 AI 기능 접근성을 대폭 향상했다. AI 버튼을 짧게 누르면 'AI 컨시어지' 모드로 진입해 게임 콘솔 연결, 축구 하이라이트 시청 등 고객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또 AI 버튼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음성인식이 활성화된다. 이어 질문이나 요청을 말하면 생성형 AI인 'AI 에이전트'가 맥락을 이해해 'AI 서치'·'AI 챗봇'·'AI 맞춤화면·사운드 모드' 등 AI 기능을 작동시킨다.
보다 개선된 화질과 음질도 강점이다. 올해 신제품은 글로벌 인증기관 UL 솔루션으로부터 화면 밝기 및 주변 조도에 상관없이 일관된 검은색을 표현할 때 부여되는 '퍼펙트 블랙' 인증을 업계 최초로 받은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업계 유일 OLED 전용 화질·음질 AI 프로세서 '알파11'도 적용됐다. 알파11은 TV 화면을 픽셀 단위로 세분화해 화질을 업스케일링하고 밝기를 조정, 섬세하고 균일한 화질을 보여준다.
프리미엄 시장만큼은 못 뺏겨
양사의 프리미엄 TV 경쟁이 치열해지는 까닭은 중국 가전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서 중국산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넘어섰다. 출하량 기준 중국 TV 브랜드 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31.3%로, 삼성전자·LG전자의 점유율 28.4%를 2.9%포인트(%) 앞섰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주효했다.

반면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여전히 한국 기업이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2500달러 이상 TV' 시장서 한국 기업의 출하량 점유율은 80%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해당 시장 내 삼성전자와 LG전자 점유율은 각각 50.5%, 30.6%로 집계됐다. 중국 브랜드 TCL과 하이센스가 각각 1.0%, 0.5% 수준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인 셈이다.
연간으로 기준으로도 성장세는 가파르다. 프리미엄 TV 시장 내 한국 기업 비중은 △2021년 64.4% △2022년 70.2% △2023년 78.3% △2024년 80.1% 등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OLED TV 시장서 점유율 52.4%(출하량 기준)를 차지, 12년 연속 1위 기록을 쓰기도 했다. 올해는 2500달러에서 1000달러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올해 당사의 비전은 굉장히 분명하다"며 "1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전체 1등을 하는 것이 목표이고, 한국·중국·일본 등 경쟁사가 많지만 좋은 제품으로 1위를 하겠다는 목표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