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위기를 인정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초격차 리더십을 구축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의 현 상황은 물론 향후 사업전략을 경영진들이 직접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주주들과의 소통 시간도 가졌다.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주주총회 포문 연 한종희…자기반성으로 시작
삼성전자는 19일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총회 의장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지만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반도체 산업 경쟁 심화, IT 기술 급변 등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매출 30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며 "전략적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강화 등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사상 첫 1000억 달러를 돌파, 5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수성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장 경쟁에서 우위에 서지 못했음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반성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변화하는 AI반도체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생활가전의 주요 제품이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자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 영역을 돌아보고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열중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부회장은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 메드텍(의료기기), 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보여준 '쌍방향' 주주총회
이날 삼성전자는 주주총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 하나하나 주주들과 소통하며 향후 경영방침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아쉬운 실적을 거두고 주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인데 따른 주주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한 것이다.
주주들은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트렌드를 따르지 못하고 인사이트가 없다", "제대로 된 글로벌 인력을 영입하지 못하고 기존 인력마저 유출되고 있다", "이사회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위기다"라며 쓴소리를 냈고 한종희 부회장이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직접 답했다.
안건 표결이 종료된 이후에도 소통을 이어갔다. 한종희 부회장,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DX부문과 DS부문의 주요 사업전략에 대해 설명했고, 주주 질의를 받아 주주총회에 참석한 경영진 10명이 직접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 주주총회장에는 삼성전자의 AI와 차세대 기술을 직접 체험하거나 신성장 사업에 대한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전시도 준비됐다.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최신 AI 제품 기반 AI HOME △갤럭시 S25 시리즈 활용 갤럭시 AI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 AI 기반 전장 솔루션 △삼성메디슨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등이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사회에는 반도체 전문가가 종전 1인에서 3인으로 확대,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