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삼성이 처한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서 나온 고강도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심 공판 최후진술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사즉생'까지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간 "기술 중시 및 선행 투자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졌다. 한 참석자는 "'삼성다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독한 삼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이 회장이 고강도 질책성 메시지를 낸 까닭은 주력 사업 부진과도 직결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서 부진을 겪고 있다. TV와 스마트폰 사업도 중국 추격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은 △2022년 43.1% △2023년 42.2% △2024년 41.5% 등으로 지속 하락세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2022년 21.7% △2023년 19.7% △2024년 18.3%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모습이다.
스마트폰 패널 점유율은 △2022년 56.7% △2023년 50.1% 등으로 보다 큰 하락 폭을 보이다 지난해 첫 40%대로 추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