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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밖으로 뻗어가는 AI…K제조업 뒤흔든다

  • 2025.03.17(월) 06:50

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2.0]
추론·행동하는 피지컬AI 시대 개막
제조업기반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

챗GPT에 이어 딥시크 쇼크까지 전 세계 인공지능(AI) 전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기업들의 운명의 시계도 한층 더 빨라졌다. 올해도 숨 쉴 틈 없이 진화하는 AI 기술에 발맞춰 기업들의 두뇌 싸움은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비즈워치는 2025년 연중기획 'AI전환(AX) 인사이트 2.0'을 통해 국내외 AX 현황을 깊게 들여다보고 해법을 고민해 본다.[편집자]

"우리는 피지컬AI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We are entering the era of physical AI)"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 말이다. AI가 PC·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로봇·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실체를 가지는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다. 대화형 AI 챗봇이 본격적인 AI 시대를 열었다면, 피지컬AI는 AI 시장을 확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미국 챗GPT에 이어 2024년 중국 딥시크까지 대화형 AI 챗봇 시장에서 크게 뒤처진 한국에 피지컬AI는 더 큰 위기이자 전세를 역전할 기회다. 제조업 기반을 둔 국내 산업계가 성공적으로 AI를 접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잃어버린 AI 주도권을 찾거나, AI시장에서 완전히 낙오될 수 있다.

피지컬AI, 제조·물류 산업에 혁신

피지컬AI는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AI를 말한다. 젠슨 황은 피지컬AI를 "처리하고 추론하고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can proceed, reason, plan and act)"이라고 정의했다. 

챗GPT가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 흩어진 '텍스트'를 통째로 학습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지식체계를 가지게 됐다면, 피지컬AI는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 3D 세계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중력·마찰·관성 등 물리적 법칙에 따른 동적 데이터를 쌓게 된다.

이번에 엔비디아는 피지컬AI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통해 수집한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학습했고, 9000조개의 토큰(의미를 가지는 최소 단위)으로 훈련했다. 

피지컬AI가 고도화되면 일상에서 나를 대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집안일을 챙기는 집사 로봇에서 운전대를 잡을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 등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젠슨 황은 "피지컬 AI는 50조 달러(7경 2740조원) 규모의 제조와 물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봇화되고 AI로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로봇연구본부부장은 "그동안 자율주행차가 도로 굴곡을 판단하거나 로봇이 어느 정도 힘으로 물건을 집을지 등은 시뮬레이터 '아이작 심'을 많이 활용했다"며 "코스모스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이번에 공개한 이유는 엔비디아 그래픽저장장치(GPU)를 활용해 이 물리 문제를 풀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예측 결과를 말해주지만, 물리적 법칙이 작용하는 실제 환경을 시물레이션하기 위해선 더 많고 복잡한 연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빠른 데이터 수집이 핵심

기존 산업구조를 뒤흔들 파괴적 혁신 피지컬AI가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AI시장에서 뒤처진 상황이다. 지난해 영국 토터스 미디어가 발표한 '더 글로벌 AI 인덱스'를 보면 전체 83개국 중 한국 순위는 6위다. 순위는 높아 보이지만 점수를 보면, 1위 미국(100점)과 한국(27.26점)의 차이는 크다. 2위 중국(53.88점) 점수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양극화된 AI 경쟁력에 1위가 아닌 순위는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AI 경쟁력은 한국의 핵심산업 반도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엔비디아 칩을 생산하는 TSMC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잡았고 TSMC와 삼성전자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D램 시장에선 AI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 

전세계 산업계도 요동치고 있다. AI 대량 학습을 위한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와 맞춤형 AI 반도체를 제조하는 브로드컴 주가는 폭등했지만 구글은 2017년 AI 모델 설계도 트랜스포머를 개발하고도 생성형 AI에 한발 늦으면서 챗GPT를 만든 오픈AI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엔비디아가 독점한 AI 반도체 시장도 텐스토렌트, 세레브라스, 그로크 등 미국 스타트업이 뛰어들고 있다.

피지컬AI를 선점할 핵심은 속도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를 선점할 수 있었던 이유도 2013년 최초로 HBM을 선보인 빠른 시장 진출에 있다. 누가 먼저 피지컬AI에 뛰어들어, 더 많은 데이터를 쌓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가령 공장에 설치된 로봇에 AI가 적용되면,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이 데이트를 로봇이 학습하게 된다. 실패를 최대한 줄이는 전통적인 제조업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작은 실패라도 빨리 경험해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최정단 AI로봇연구본부부장은 "물리적 법칙을 학습시키기 위해선 데이터 볼륨이 많아야 한다"면서도 "위험한 돌발 상황에 처한 자율주행차, 맨땅이 아닌 미끄러운 바닥을 걷는 로봇 등 질 좋은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지컬AI 1순위 후보인 로봇에 국내 대기업들이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LG전자 로보스타·베어로보틱스, LIG넥스원 고스트로보틱스 등 대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단번에 로봇 시장에 진입했다. 당장 적자가 나는 로봇 회사들이지만 기술력부터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1위 사업을 따라가는 2등 전략이나, 불량품을 줄이려는 제조업 방식과 달리 AI는 빨리 시작해서 실패하더라도 데이터부터 쌓아야 한다"며 "로봇·자율주행차에 센서 등을 붙여 AI가 학습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수집된 데이터를 개선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AI에 민첩하게 대응하느냐 주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30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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