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업권은 단연 AI(인공지능) 분야일 겁니다. 그리고 이 흐름을 타고 엔비디아 역시 날아오르고 있죠.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서 유독 주목받으면서 이젠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기업이 됐는데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컴퓨터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상당히 생소한 회사였습니다.
엔비디아의 위상이 급격하게 바뀐 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활용도가 변화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래픽과 AI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엔비디아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까요.

컴퓨터 살 때나 물어보던 'GeForce'
흔히들 집에 데스크톱 PC가 한대씩 있으실 텐데요. 컴퓨터를 좀 안다면 데스크톱을 새로 장만하거나 교체할 때 지인들에게 "그래픽 카드는 지포스가 좋아? 라데온이 좋아?"라고 물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래픽 카드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말하는데, 컴퓨터의 성능을 좌지우지 하는 주요 부품이죠. 이 분야에서는 지포스와 라데온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고 두 제품군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가 고민거리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지포스'가 바로 엔비디아의 핵심 GPU 제품군인데요. 올해 초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CES 2025에 나서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모델 'RTX 50'시리즈를 발표하면서 화제가 됐죠. 바로 이 RTX 50이 엔비디아의 GPU 제품군 입니다. 라데온은 경쟁사인 AMD의 GPU 제품 시리즈를 통칭하는 말이고요.
지금이야 엔비디아가 AI 시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이되면서 모두에게 이름이 각인됐지만 불과 몇년 전 만 해도 컴퓨터를 살 때가 아니면 이름을 듣기 힘든 기업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GPU 말고는 주력 제품군이 없었거든요. 컴퓨터에 관심이 없다면 아예 모르는 이도 많았을 겁니다.
그러다 지난 2023년부터 엔비디아라는 이름이 자주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주가가 연일 치솟으면서죠. 2023년 초 약 4000억달러(578조원 수준)였던 시가총액이 10월부터 점점 오르기 시작하더니 같은해 말에는 1조2000억달러를 기록하며 3배이상 뛰었죠.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때는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죠. 최근에는 주가가 조정받으면서 시가총액이 2조7000억달러 수준까지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기업입니다.
가정용 데스크톱 GPU 시장에서 주목받아 왔다고는 하지만 정말 드라마틱한 반전이죠. 그렇다면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떻게 뒤바뀐 걸까요?
GPU, 인공지능의 두뇌가 되다
GPU라는건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중앙처리장치)가 내린 명령 중 그래픽에 관한 작업을 수행하는 하드웨어를 말합니다. 쉽게 얘기해 우리가 보는 모니터에 출력된 결과물은 CPU에서 계산하고 그래픽카드에서 우리가 보기 좋게 작업을 해준 이후 나오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작업 같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니터에서 출력해야 하는 신호들이 더욱 복잡해졌고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해지면서 GPU라는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점차 커져갔습니다. 엔비디아가 이 분야에 집중한 것이죠.
3D와 같은 복잡한 기술이 점차 대중화 하면서 GPU 역시 그래픽과 관련한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졌습니다. 특히 GPU는 행렬연산이라는 분야에서 매우 특화한 능력을 지니게 됐는데요, 이 기능이 그래픽 출력 외의 분야에서도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죠. 이제 GPU가 그래픽 출력 외에도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겁니다.
특히 AI 산업에서 이러한 기능이 주목받습니다. GPU의 행렬연산기능은 AI를 학습 시킬때 사용되는 딥러닝에 매우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죠. 엔비디아 역시 이를 캐치해 GPU 기술을 활용, AI 산업에서 쓸 수 있는 칩, 이른바 AI 가속기를 내놓기 시작합니다.
이후 오픈AI의 챗GPT의 놀라운 효과가 입증되고 주요 기업들이 관련 산업에 뛰어들면서 너나 할거없이 AI가속기를 구매하기 시작했고요, 일찌감치 이 시장을 눈독들인 엔비디아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죠.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최근 3년사이 급속하게 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엔비디아의 독주, 끝날까?
앞서 말했듯이 GPU시장에서는 AMD등 경쟁사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들이 AI가속기 사업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GPU분야에서 경쟁하던 AMD역시 AI가속기를 출시했고요. 이 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텐센트,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 역시 AI가속기 사업에 뛰어들었죠.
그렇다면 이들이 엔비디아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일단 설 연휴 즈음 전세계를 강타했던 중국의 '딥시크'가 AI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있어 '초고성능'의 AI가속기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매우 시사점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주하던 상황에서 반드시 비싼 초고성능 AI가속기 없이 훌륭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준 것이죠. 시장 독점력을 바탕으로 매우 비싼 가격을 유지하던 엔비디아 입장에선 뼈아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AI 산업이 향후 패권을 좌지우지할 업권으로 자리잡으면서 세계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AI가속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도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을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입니다. 더 싸고 더 성능이 뛰어난 다양한 AI가속기가 나올 거란 얘기죠.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아직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기업을 꼽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AI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고 이를 위한 하드웨어에도 높은 관심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AI 산업이 어떻게 성장할지,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어떻게 이어질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