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서 2조90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으나, 증권가 전망치(3조원)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8조828억원)보다 5조원 적은 규모이기도 하다.
반도체 부문 연간 영입이익은 15조1200억원.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익(23조4673억원)의 64% 수준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보다 적었던 건 두 회사 모두 적자를 기록한 2023년을 제외하곤 처음이다.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한데다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간 매출 300조9000억원을 달성, 지난 2022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매출을 달성했다는 점은 긍정적 시그널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실적 둔화에도 불구,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레거시 D램 비중, 30%에서 한 자릿수로 줄일 것"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 한 해 매출 300조9000억원, 영업이익 3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16.2% 늘어나며 2년 만에 300조원대에 재진입했고, 영업이익은 397.7%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으로는 각각 75조8000억원, 6조500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1.8%, 130.5% 증가한 규모다.
사업별로 살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반도체를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다. 매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찍으며 몸집이 커졌지만 수익성이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DS 부문은 30조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에 그쳤다. 특히 전 분기 대비 1조원 가량 쪼그라든 수익성이 뼈아팠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역성장이다.
모바일 및 PC용 메모리 수요 약세가 지속되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연구개발비 및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각에선 HBM 실적 기여도가 낮은데다 중국발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삼성전자는 HBM 5세대인 HBM3E 품질 테스트 진행 중에 있다.
AI 서버향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일부 뒷받침한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꼽힌다. HBM 및 서버용 고용량 DDR5 등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가 상승,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내년 1분기까지 모바일 및 PC 등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HBM을 비롯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 메모리 사업을 전개할 것이란 계획을 강조했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수요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일부 레거시 공정에 대한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는 한편 고사양·고용량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D램 사업에서 선단 공정 램프업을 지속해 더블데이트레이트4(DDR4)·저전력DDR4 등 비중을 줄이되 HBM·DDR5·GDDR7 등 고부가 제품을 적극 늘리고 있다"며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DDR4·LPDDR4 매출 비중이 지난해 30% 초반이었으나 올해 한 자릿수 수준까지 가파르게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만 外 전사 수익성 부진 과제
스마트폰·TV·생활가전 등 사업을 아우르는 DX 부문과 디스플레이(SDC) 부문도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
DX부문 4분기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11.5%, 전분기 대비 32.4%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TV와 가전 사업도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됐다.
같은 기간 SDC부문 영억이익은 9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전년 동기 대비 55%, 전분기 대비 40% 줄었다.
그나마 전장 사업 내 안정적인 수주에 힘입어 하만이 실적 개선을 이뤘으나 전사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으로 400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0%, 전분기 대비 16% 늘어난 규모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시설투자액은 전 분기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한 17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반도체에 16조원가량이 투입됐다. 이에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53조6000억원,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반도체에 46조3000억원, 디스플레이에 4조8000억원이 각각 투자됐다.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메모리 반도체 부문 투자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구개발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지원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구개발비는 10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달했으며 연간 연구개발비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