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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법리스크 족쇄 벗고 '뉴삼성' 닻 올린다

  • 2025.02.03(월) 18:11

2심도 '무죄'…3심서 뒤집힐 가능성 낮아 
'뉴삼성' 동력 확보…등기이사 복귀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실상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 이 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책임 경영을 보다 강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정당성을 놓고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왔다. 기소된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하면 4년 5개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계산하면 햇수로 무려 10년째 발목을 잡혀왔다. 

이번 항소심 판결로 이 회장은 경영 족쇄를 벗게 됐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시나리오가 남아있으나, 결과가 뒤집힐 확률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통상 3심은 법리적용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살피기 때문에 1·2심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바뀌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재용 손 들어준 재판부 "고의성 인정 안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 등 전현직 임직원 13명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 쟁점 사항을 차례로 판단한 뒤 검사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게 이번 판결의 주 이유였다. 특히 검찰 측이 로직스 허위공시 및 부정회계 의혹 관련 고의성 입증을 명확히 해내지 못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시 내용이 다소 미흡한 사실은 인정되나,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검사 측 증명이 부족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법정 출석 길과 퇴정 길 모두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고, 김유진 김앤장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짧막히 답변했다. 

잃어버린 10년, 위기에 강해진다

앞서 이들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부당 추진, 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개입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이후 검찰은 항소 과정서 1360쪽의 항소이유서와 2300여건의 추가 증거를 제출, 혐의 입증에 애썼으나 결과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간 재판 일정 등으로 소극적 경영 행보를 보여 온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뉴삼성' 추진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관세인상 및 반도체 보조금 불확실성, 중국 AI 모델 딥시크 등 대내외 복합적 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M&A도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7여 년간 멈춘 상태다.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논의를 본격화, AI·로봇·전장 등 신사업 점검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초격차 기술을 통해 AI 반도체 선두 자리에 오르는 것, 우수한 인재들을 놓치지 않는 것,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 등이 삼성의 과업"이라며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장기 사업 플랜을 세우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인데,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이 오랫동안 떠안아 온 사법 족쇄가 풀리자 경재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AI·반도체 분야 글로벌 산업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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