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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2심 무죄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대법원에 상고키로 한 가운데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상고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도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때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같이 전했다.
그는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한 법조인으로서 우리 사법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조만간 신속하고도 현명한 판결로 경제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주실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부당 추진, 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2심에서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삼성 소통 창구로 이 회장 나서야"
이날 오전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투자자들과의 관계나 사법 리스크 등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신중한 고민을 하시는 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등기이사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항소심 직후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사실상 해소,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강하게 점쳐졌으나 결국 불발됐다.
이 위원장은 "삼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고,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과 직접 소통하며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내부에서도 회장께서 전면에 나서 지휘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등기이사 복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그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복귀해 책임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검찰 상고로 인해 삼성의 컨트롤타워 재건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현재 삼성 내 그룹을 책임질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부재하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지는 10여년이 지났고, 현재 각 계열사 독립성을 유지·조율하는 수준서 사업지원TF가 운영 중이지만 그룹 차원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긴 역부족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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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컨트롤타워는 준법감시위원회 내부에서도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할 정도로 여러 관점서 평가되는 부분"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선 회사에서 많은 고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항소심 선고 전후로 이 회장과 따로 만난 적은 없다"면서도 "준감위의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며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위기론에 대해선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이슈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며 "잘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3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키로 결의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약 3조486억9700만원이며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년간 총 10조원 규모' 자사주를 분할 매입키로 한 데 따른 행보다. 당시 삼성전자는 3개월 단위로 3조원씩 이행하기로 했는데, 첫 3개월간 사들인 3조원어치를 오는 20일 소각한다는 취지다.
이날 삼성전자는 향후 3개월간 자사주 3조원어치를 추가 취득하는 '2차 매입계획'도 공시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어치는 임원에게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임원 초과이익성과급(OPI)의 50% 이상을 주식으로 주기로 했는데, 이를 이번에 취득하는 자사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