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인 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현재 쌍용차의 티볼리와 르노삼성의 QM3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다. 이 시장에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소형 SUV를 내놨다. 기존의 내연기관 중심의 시장에 하이브리드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이번 시도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아직 국내 자동차 시장에 하이브리드카가 확실하게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친환경과 가격 메리트를 앞세워 소형 SUV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니로' 출시가 갖는 의미
기아차에게 '니로' 출시는 일종의 '도전'이다. '니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하이브리드 SUV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로드맵의 일환이다. 최근 현대차가 친환경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앞세워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가 세단 위주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면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SUV 등 RV모델 위주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니로'는 그 첫 시작인 셈이다. 가장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도 향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니로'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성과 가격이다. 우선 '니로'는 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신형 카파 1.6GDI 엔진과 32kW급 모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듀얼클러치변속기)를 신규 독자 개발해 적용했다. 한마디로 하이브리드 전용 파워트레인을 갖춘 셈이다.
▲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를 앞세워 국내 소형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친환경성과 성능, 가격을 앞세워 소형 SUV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 기아차의 생각이다. |
연비는 아직 공개하지 읺았다. 기아차는 이달 말 공식 출시 행사에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경쟁 모델들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업계 등에 알려진 바로는 북미 기준으로 50.0mpg다.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21㎞/ℓ에 해당한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기아차는 '니로'의 가격을 2317만~2741만원을 책정했다. 티볼리 가솔린(1606만~2305만원)과 QM3(2239만~2533만원)와 겹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하이브리드 차량에 취득세(최대 140만원), 공채 감면, 정부 보조금 100만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렇게 되면 경쟁차량들과 대등하거나 낮은 수준의 가격대가 형성된다. 연비 등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아직 국내에 친환경차 시장이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한 것은 기아차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아울러 '니로'가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SUV 특유의 힘과 주행 성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하이브리드카의 한계를 '니로'가 얼마나 극복했을 것인가가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 치열한 경쟁 예고
소형 SUV 시장은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소형 SUV 판매량은 8만8659대로 전년대비 195% 증가했다. 수년 전부터 불어닥친 레저붐과 더불어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소형 SUV의 인기는 계속 상승 추세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있는 모델은 쌍용차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다. 티볼리는 작년 한 해동안 총 4만5021대가 판매됐다. QM3는 2만4560대였다. 이 두 모델이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소형 SUV 판매량의 78.5%를 차지한 셈이다. 그만큼 소형 SUV 시장은 이들 두 모델의 텃밭이었다.
▲ 기아차 '니로'의 가격은 취득세, 공채 감면, 정부 보조금 등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각종 혜택을 제외한 순수 차량 가격. 각종 혜택을 적용할 경우 트림별로 표시 가격에서 최소 66만~최대 92만원까지 내려간다. |
기아차는 소형 SUV 시장을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티볼리, QM3와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시장을 뚫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아예 기존 모델과는 다른 하이브리드 카드를 빼들었다.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기존 SUV의 성능과 대등한 모델을 내놓는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와 함께 친환경차에 대한 각종 가격 혜택까지 고려하면 하이브리드 소형 SUV는 충분히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는 것이 기아차의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니로'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친환경, 성능, 가격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생소함과 편견이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니로'는 하이브리드카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통할만한 스펙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니로'가 가진 하이브리드카라는 특성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향후 판매량을 통해 판가름이 나겠지만 기존 티볼리나 QM3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 손해볼 것 없는 장사
업계에서는 '니로'의 출시를 반기는 분위기다. 소형 SUV 시장이 티볼리와 QM3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권 측면에서도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다.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이에 따른 치열한 경쟁 체제가 갖춰지는 것이 소형 SUV 시장의 성장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기아차의 입장에서도 설사 '니로'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더라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SUV를 선보였다는 점과 이를 바탕으로 가장 치열한 시장인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다.
▲ 기아차는 '니로'를 앞세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니로' 론칭과 더불어 마케팅 측면에서도 파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만일 '니로'가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 소형 SUV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차 시장에서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아차는 '니로'의 후속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을 지금보다 더욱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만큼 '니로'의 성공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아차는 '니로'만을 위한 다양한 혜택도 준비했다. ▲‘배터리 평생 보증’ ▲‘10년 20만㎞ 무상 보증’ ▲‘중고차 가격 보장’ ▲‘30일 차종교환’▲‘스크래치 수리 지원’ 등 5가지 보증 프로그램 등 다소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모두 친환경차 시장을 키우려는 기아차의 사전 포석이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니로'는 기존의 내연기관 SUV와 차별화되면서도 SUV 특유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모델"이라며 "아직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편견이 있지만 '니로'를 기점으로 그런 편견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