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실라키스호(號)가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벤츠는 올해 총 15종의 신차 투입을 통해 연 8만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데 '코로나 19' 확산으로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겼다. 자동차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된 탓에 제대로 된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격적 전략 만큼이나 타격도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이하 벤츠코리아)는 올해 완전변경 9종, 부분변경 6종 등 총 15종의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사상 최대 규모다.
차종별로는 세단 부문에서 더 뉴 A-클래스와 더 뉴 CLA, 그리고 E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는 GLA·GLB·GLC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AMG 브랜드에선 벤츠 AMG GT C와 AMG GT R을, 리무진 마이바흐 브랜드로는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과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전동화 EQ 브랜드에서는 총 6종의 EQ 파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모델과 9종의 EQ 부스트 탑재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벤츠코리아는 이같은 골드 사이클(핵심 차종 연쇄 출시)을 통해 5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수입차 최초 연간 8만대 판매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야심찬 계획은 발표한 지 불과 한 달만에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 19' 여파로 소비 심리가 크게 악화되면서 기대 만큼의 신차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츠코리아는 지난 2월 '더 뉴 A-클래스'와 '더 뉴 CLA' 등의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고도 2월 전체 판매량이 꺾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코리아의 2월 판매량은 4815대로, '코로나 19' 사태가 본격화 하기 직전인 1월(5492대) 대비 1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모델 모두 벤츠의 대표적 준중형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아쉬운 결과다.
올 한해 공격적인 신차 투입을 통해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려던 실라키스 대표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4년간 잘 쌓은 공든 탑이 자칫 임기 마지막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는 실라키스 대표가 취임한 2015년 이후 4년간 승승장구해왔다. 그의 임기 직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3만대에 불과했던 판매 대수는 매년 늘어나 작년 말 역대 최대 수준인 7만8133대까지 불어났다. 이는 독일 벤츠 본사의 글로벌 판매량 5위에 달하는 규모다.
'벤츠'라는 브랜드 가치에 실라키스 대표의 고급화 전략이 맞닿은 결과다. 다만 한편으로 경쟁사들의 계속되는 악재도 벤츠의 브랜드 위상을 올리는 데 한 몫했다는 평가다. 일본차 불매운동이나 BMW의 화재 대란 등으로 벤츠가 반사이익을 많이 챙겼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코로나 여파로 실라키스 대표가 임기 4년 만에 위기 관리 능력을 검증받게 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벤츠 본사내 높아진 한국 시장의 위상을 감안할 때, 실라키스 대표가 어떤 경영 능력을 선보이냐에 따라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차를 대거 투입하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려던 실라키스 대표가 난관을 맞았다"며 "이 위기를 어떻게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벤츠의 올해 실적과 그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