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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깜짝실적…'반짝특수'일까, 아닐까

  • 2020.07.07(화) 15:25

[어닝 20·2Q]영업이익 8.1조원…1년반만에 최대
반도체 호조가 스마트폰·가전 부진 덮어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셧다운(shut down·생산 및 판매시설 폐쇄)을 이겼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실적은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그것도 크게 이겼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를 살짝 넘어선 수준이 아니다. 지난 분기 수익성은 1년 반만에 가장 좋은 정도까지 개선됐다. 분기 수익지표 그래프는 확실히 우상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비대면 방식의 생활이 일상에 자리잡는 과정에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이 됐다. 이 덕에 부진했던 반도체 사업 수익성이 대폭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의 생산과 판매 부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로 인한 매출과 이익 감소를 반도체가 메우고도 남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런 코로나 특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남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의 실적이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매 분기가 끝난 후 다음달 7일께 먼저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잠정 실적을 제시하고, 같은 달 말 사업본부별 실적과 순이익 등을 공식 발표한다.

매출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7.4%, 직전 분기보다는 6.0% 줄었다. 3년 전인 2017년 1분기(50조5475억)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2.7%, 전분기 대비 25.6% 급증했다. 이는 재작년 4분기(10조8006억원) 이후 여섯 분기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15.6%를 기록하며 재작년 4분기(18.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증권시장 예상도 뛰어넘는 실적이다. 발표 전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예상 평균치(컨센서스)는 매출 51조1488억원, 영업이익 6조5369억원이었다. 매출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익은 1분기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을 1조5000억원 넘게 웃돌았다.

사업 비중이 가장 큰 주력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반도체사업부뿐만 아니라 적자 우려를 샀던 디스플레이(DP)사업부도 오히려 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이 5조5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은 2018년 4분기 7조7000억원을 기록한 후 작년 분기별로 4조1200억원, 3조4000억원, 3조500억원, 3조4500억원 등으로 쪼그라들었고, 올 1분기에도 3조99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는 코로나로 인해 수급 측면에서 특수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등의 비대면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한 서버·PC(개인용 컴퓨터) 업체들이 주문을 늘린 덕에 판매량을 늘릴 수 있었고, 동시에 가격상승 효과까지 누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1월 2.84달러였던 DDR4 8기가비트(Gb) D램 고정가격은 지난 4~6월 3.29~3.31달러로 연초대비 16% 안팎 상승했다.

디스플레이 사업부도 고객사인 애플에서 비롯된 일회성 이익으로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사업부는 지난 분기 스마트폰용 제품(OLED)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5000억원 이상 영업손실이 예상됐다. 하지만 애플이 주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보상하기로 한 약정에 따라 이를 만회하고 남을 정도의 보상금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IT·모바일(IM) 부문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실적이 나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부문 영업이익은 1조원대 후반일 것으로 관측된다.

매장 폐쇄 등으로 판매 채널이 막히면서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대면 판촉이 어려운 환경이다보니 오히려 마케팅 비용이 줄어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1분기 출시 이후 판매가 부진했던 '갤럭시 S20' 등 주력 스마트폰 제품들도 6월 이후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한 판매 회복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의 실적 악화는 막은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작년만 못했지만 우려에 비해서는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문 역시 5월 이후 팬데믹 우려가 잦아들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소비진작 정책을 펴면서 에어컨·TV 등 주력 제품의 판매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분기 잠정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는 꾸준한 편이지만 가격은 다소 정체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일회성 이익이 반영될 여지도 적다"며 "또 코로나가 진정될지 재확산할지 역시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낙관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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