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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속 배터리 '파우치·각·원통' 승자는?

  • 2021.04.22(목) 07:10

[배터리 폼팩터 삼국지]①
LG·SK 소송전 끝내고 품질경쟁 본격 돌입
폭스바겐·테슬라 완성차 업체 도전 '변수'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시장이 품질 경쟁에 돌입했다. 기업 간에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생산하는 배터리의 유형(폼팩터)을 두고도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다.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최근 끝났고, 이 시기에 폭스바겐·테슬라 등 글로벌 메이저 전기차 브랜드는 각형·원통형 배터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판세를 가늠하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배터리 유형이 대세를 이룰지 관심이다. 기술적 우위를 누가 점하느냐와 함께 배터리 공급사-전기차 업체의 합종연횡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따라 대세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중국 각형과 한국 파우치형 '격돌'

22일 에너지 관련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유형별 전기차 탑재 점유율은 각형이 49.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파우치형 27.8%, 원통형 23.0% 순이다.

각형이 많은 이유는 중국 배터리 사업자 CATL과 BYD가 이 유형을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CATL은 작년 기준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이다. 중국은 미국, 유럽과 함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각형의 경우 알루미늄 캔으로 포장돼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무겁고 형태 변경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파우치형은 점유율이 2018년 14.4%에서 2년 사이 배 가까이 높아진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이 분야에 집중하는 LG, SK 등 국내 사업자들이 선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우치형은 형태 변경이 용이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고 아직 가격이 비싼 특징이 있다.

원통형 점유율은 2018년 29%에서 6%포인트 낮아졌다. 각형도 같은 기간 7.4%포인트 점유율이 하락했다. 원통형은 가장 오래된 2차전지 형태인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성도 우수하지만 셀 하나 당 높은 에너지를 내기 어려워 다른 유형 대비 많은 배터리를 넣어야 한다. 디자인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가 어렵고 수명도 짧은 단점이 있다.

◇ 폭스바겐·테슬라의 '배터리 도전'…이유는?

국내 배터리 사업자 가운데 작년 기준 세계 2위 사업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하며 원통형도 일부 만들고 있다. LG는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에 원통형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도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세계 4위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을 만들고 있고 세계 5위 수준의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이 100%를 차지한다.

파우치형은 LG와 SK의 '하드캐리'(맹활약)로 급성장해 왔지만, 최근 각형과 원통형에서 다시 큰 변화가 감지됐다. 세계 최대 전기차 브랜드를 목표로 잡은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각형 비중을 확대하고 자체 생산 계획도 발표하면서다.

국내 업계는 폭스바겐이 각형을 주로 쓰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BYD를 끼고 중국시장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각형을 선택한 것은 자사 매출에서 40%에 달하는 중국시장에 대한 포석"이라며 "외국 전기차 업체로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견고하지 않으면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시장 전망/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폭스바겐이 각형을 선택한 것은 LG와 SK가 2019년부터 배터리 영업비밀·특허 관련 소송을 미국에서 벌인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LG와 SK로부터의 파우치형 배터리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란 시각이다. CATL 등 대형 배터리 사업자와 손잡을 경우 생산 단가를 낮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몫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원통형을 주로 납품받아 자사 차량에 탑재하는 테슬라는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고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팩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테슬라는 그동안 LG 외에도 CATL, 파나소닉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브랜드들은 자체 생산 능력을 완전히 갖추기 전까진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사업자 한곳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급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LG·삼성 양다리 걸치는데 SK는 올인…왜?(2021년 4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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