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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 양다리 걸치는데 SK는 올인…왜?

  • 2021.04.22(목) 07:25

[배터리 폼팩터 삼국지]②
원통·각형 다양화 속 SK만 파우치 집중
유형별 경쟁 뒤 장기적으로는 표준화 가능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의 배터리 생산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테슬라·폭스바겐 등 전기차 브랜드들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주력 생산 유형인 '파우치형'과 대체로 엇갈리는 '각형'과 '원통형'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관련기사: 전기차 속 배터리 '파우치·각·원통' 승자는?(2021년 4월22일)

일단은 한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해뒀기 때문에 다른 유형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사업 전략 상의 한계가 있다. 각 유형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줄이는 방향이 최선이란 게 각 업체의 판단이다. 현재로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경우 각각 파우치·원통형과 각·원통형의 비중을 전략적으로 조절해 '투 트랙'으로 가고,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에 올인하는 방향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가 한 유형(폼팩터)으로 단기간에 표준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공급 자체가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어서다.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올해 1월 실적 발표 당시 배터리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배터리 유형 주도권 다툼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업체별 시장 점유 판도를 가르는 경쟁의 기반이 된다.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자체 품질뿐만 아니라 전기차 브랜드들의 경쟁을 거쳐 하나의 유형으로 표준화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 LG "파우치·원통형 동시공략"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미국 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미국 자동차 브랜드 GM과의 합작법인도 상반기 중에 2공장 투자를 결정할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파우치형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 분야 라인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력은 여전히 파우치형이고, 원통형은 성장 가능성에 빠르게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는 정도로 파악된다. LG는 배터리 수주 물량이 150조원에 달해 갑자기 다른 유형을 선택할 수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우치형은 GM과 포드, 볼보, 닛산, 현대차·기아 등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통형 라인 신설은 테슬라가 원통형을 쓰고 있고, 미국 스타트업들이 원통형을 쓰는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사업 고려 가능성을 뜻하는 정도"라면서도 "다만 LG는 원통형에 대한 사업경험도 쌓여 있는 만큼 고객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형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폭스바겐의 각형 집중 전략에도 LG가 입을 타격은 크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각형은 BMW와 벤츠, 포르쉐 등도 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움직임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폭스바겐이 이전에도 특정 공급사에 물량을 몰아주진 않았기 때문에 LG 입장에선 다른 고객사와 관계를 잘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LG는 배터리 시장에서의 승부의 관건을 장단점 극복과 상쇄, 완성차 업체와 협력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형별 단점은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싸움이 될 것"이라며 "완성차와 손잡는 것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우치형 배터리가 각형 대비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장점인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안정성은 더욱 개선한다는 얘기다.

사진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SDI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 삼성은 "각+원통"…SK "파우치 집중"

삼성SDI는 각형을 주력으로 하면서 미국 테슬라를 중심으로 성장중인 원통형도 놓치지 않는다는 복안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유형은 다르지만 LG와 유사한 투 트랙 전략이다.

삼성은 안정성 측면을 높게 평가한 까닭에 각형을 초기부터 선택하고 집중해왔다. 원통형의 경우 가능성에 점수를 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파우치형를 검토하지 않는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각형이 안전하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것"이라면서도 "원통형은 최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공급했고, 전동공구·자전거 등 다양한 기기와 모빌리티에서 쓰이는 등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테슬라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테슬라가 작년 배터리 데이에서 원통형 배터리의 사이즈를 키울 것이라고 했다"며 "원통형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SDI는 한국 울산과 중국, 헝가리에 있는 공장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헝가리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파우치형에만 집중하는 전략이다. SK는 최근 현대차·기아와 함께 배터리를 개발하고 생산한다고 밝혔는데, 이 배터리도 파우치형이다. SK 역시 미국뿐만 아니라 헝가리에서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전략적 판단에 따라 파우치형에 집중해 생태계를 마련해왔다"며 "중장기적으로 다양성을 검토해볼 수 있겠지만, 전기차 확산 속도가 빨라 배터리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일 정도이기 때문에 당분간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SK는 전기차 배터리 유형이 하나로 정리되는 시점을 꽤 먼 미래로 보고 있기도 하다. 다른 업체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SK 관계자는 "대세가 확정되려면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브랜드들이 사실상 하나의 유형만 써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런 정도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데다, 기술적 발전 여지가 많기 때문에 각 유형별 경쟁 속에 품질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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