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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2014?'…LG-SK 배터리 합의 가능성은

  • 2021.04.02(금) 17:13

美ITC "SK이노, LG 특허침해 아니다" 발표에 혼전
오히려 대타협 가능성…'글로벌 경쟁도 고려해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SK이노베이션(SKI)의 배터리 소송전의 전황이 급속도로 변화했다. 지난 2월만 해도 LG엔솔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이기면서 SKI는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특허침해 소송'에선 반대의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전격적인 합의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양쪽 모두 미국 내 수출금지와 같은 치명상을 입기 전에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과 중국 기업의 득세를 고려해 양사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확 달라진 상황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LG엔솔의 손을 들어줬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3월에는 SKI 손을 들어주면서 양사의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SKI가 LG엔솔의 영업비밀 22개에 대한 침해를 인정하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 등을 최종 판결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는 SKI의 배터리 관련 기술이 LG엔솔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거나 무효라는 예비 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관련기사: 반격하는 SK이노…남은 '특허' 공격도 성공할까

특허침해 소송 관련 예비결정이 나오기 전만 해도 LG엔솔은 계산기 두드리기 바빴다. 보상금 성격의 합의금과 매출에 비례하는 로열티, SK 계열사 지분 등을 공공연히 요구했다. LG엔솔은 SKI의 미국 배터리 공장을 대신 운영하겠다고 도발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SKI는 사업을 접을 위기에 직면했다. 오는 11일(현지시간)으로 예정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온힘을 다했다. 김준 총괄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김종훈 이사회 의장까지 미국에 급파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샐리 예이츠 미국 법무부 전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특허소송 예비결정이 SKI에 유리하게 나오며 전세가 바뀌었다. ▷관련기사: LG엔솔-SK이노, 이젠 美 '로비전'…합의는?

아직 특허침해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적어도 특허 문제에선 승기를 잡은 만큼 오는 7월로 예정된 배터리 모듈 관련 소송의 예비결정도 유리하게 나올 것이란 게 SKI의 주장이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면서 오히려 합의 가능성은 높아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 배터리의 미국 시장 판매가 막히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서로 한발 물러서며 전격적인 합의를 할 것이란 설명이다. 

◇ 뿌리 깊은 갈등

문제는 뿌리 깊은 양사의 갈등이다. LG엔솔과 SKI의 배터리 분쟁은 무려 10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엔솔의 모회사로 당시 배터리 사업을 직접 가지고 있던 LG화학은 2011년 12월 특허침해 관련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같은달 SKI는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양사의 갈등은 본격화했다. 이듬해와 2013년에도 양사는 소송전을 서로 꼬리를 물듯 끊임없이 벌였다. 그러다가 2014년 10월 SKI와 LG엔솔은 특허소송을 종결하는 합의를 전격적으로 했다. ▷관련기사: '패밀리특허'가 뭐길래…마주보고 달리는 SK와 LG

당시 SKI가 공개한 합의서 주요 내용은 '국내외 소송을 하지 않는다, 합의는 10년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합의에 서명한 각사 대표자는 권영수 당시 LG화학 대표(현 ㈜LG 부회장)과 김홍대 SKI NBD 총괄이었다.

한동안 조용했으나, 휴전은 사실상 끝났다. LG화학은 2019년 4월 자사에서 SKI로 이직한 76명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ITC에 소송을 걸었고, 이후 양사는 그해 7월과 9월 특허 분쟁까지 ITC에 제소했다. 이런 오랜 갈등이 있기에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양사의 비난전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합의에 나설 수 있는 양사 수장들도 그동안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9년 9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전격 회동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최근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나온 뒤 양측은 기대하는 합의금 액수에서 조 단위 차이가 난다는 점만 확인했다. LG엔솔은 3조원 이상, SKI은 1조원 수준으로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 '키맨'은 누구

권영수 LG 부회장

이런 까닭에 각 그룹의 수장급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재계에서 꾸준히 나왔다. 이들이 분쟁을 벌이는 사이 중국 등 경쟁사에 반사이익만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침해가 확정되면 양사는 미국 시장에서 장기간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이 1위였다. LG엔솔은 2위, 삼성SDI와 SKI는 각각 5위와 6위였다. 

그렇다고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총수들이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특히 최 회장의 경우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위치다. 특정한 계열사 입장을 대변할 수 없는 노릇이란 얘기다. 공통으로 해당하는 요소도 있다. 총수가 공식적으로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계열사 의사결정에 간여하면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각 그룹의 유력 인사 혹은 이번 사안과 밀접한 인사들이 나서 결판을 내는 방향도 거론된다. 2014년 합의에 서명한 권영수 ㈜LG 부회장과 같은 막후의 리더십이 대표적인 예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그룹의 살림꾼으로 불리는 재무통이자, LG화학의 성장에 기여한 인물"이라며 "권 부회장이 그동안 1등 LG를 강조하며 강한 리더십을 발휘한 만큼 이번 소송전에서 나타난 강경한 스타일에도 주목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에 맞설 SK 쪽도 권 부회장과 상대할 인물로 맞춰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수년 전 합의에 함께 서명했던 김홍대 SKI NBD 총괄은 현재 퇴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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