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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특허'가 뭐길래…마주보고 달리는 SK와 LG

  • 2019.11.08(금) 14:48

LG, 5년전 합의에 "외국 아닌 한국특허만 한정했다'" 주장
SK, "합의대상에 해외특허도 있어"…엇갈리는 양측의 공방

SK와 LG화학간 배터리 소송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LG화학의 미국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을 대상으로 국내법원에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LG화학은 '소송 근거가 빈약하다'는 취지로 반박하며 양측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중이다.

양측의 엇갈리는 의견은 5년전 합의서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두 회사는 4년간 이어진 분리막 특허소송을 합의했는데 이와 짝을 이루는 미국 특허 역시 합의 대상에 포함된다는게 SK의 주장이다. LG화학은 미국 특허는 합의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는 양상이다.

◇ "패밀리 특허도 합의 대상"

2014년 8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체결합 분리막 소송 관련 합의서/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패밀리 특허란 특정 특허를 국내외 여러 국가에 출원했을 경우 한 묶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활용한다.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출원이 된 국가에서만 보호돼 해당국 기업과 불필요한 특허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특허침해 소송 관련 공방도 패밀리 특허에서 불거졌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사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현지 델라웨어주에 제기한 분리막 특허 3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취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LG화학은 5건의 양극재 특허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다.

양측은 특허침해 소송에 연루된 3건중 1건의 패밀리 특허가 과거 합의서 대상에 포함됐는지 아닌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과거 합의서에 따르면 "대상 특허(등록 제775310호 특허)와 관련하여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국외에서 상호간에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 청구 또는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 합의 대상에 패밀리 특허 역시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합의서 체결 당시 포괄적 분쟁해결 취지가 있었음을 근거로 든다. 문제가 되는 패밀리 특허 외 나머지 후속 특허 2건도 소취하 대상에 넣은 근거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분리막 관련 분쟁자체를 10년간 종결하기로 양측이 합의한 만큼 국내 특허와 단짝인 패밀리 특허도 합의서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2014년 합의를 진행할 당시 미국 특허 존재를 인지했기에 외국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감안해 이를 합의서 대상에 넣었다는 취지다. "미국 특허는 합의서 대상이 아니다"라는 LG화학의 설명에 배치된다. 미국 특허 등록일은 2010년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으로 "국내/국외 상호간에…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의 구체적 문구를 거론한다. 국내 특허만을 대상으로 합의했을 경우 속지주의상 해외 쟁송 자체가 불가한 만큼 해당 문구를 넣은 것이 해외 특허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리도 바보가 아니다"며 "당시 해외 특허 존재를 몰랐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권리범위, 토씨 하나 똑같지만...

SK이노베이션이 패밀리 특허가 합의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세우는 또 다른 근거는 두 특허의 중첩되는 권리범위다. 특허는 출원될 경우 어느 기술범위까지 특허법으로 보장되는지가 특정된다.

한국 특허의 경우 이를 16개 항으로 정리했다. 미국 특허는 권리범위가 18개항으로 구성됐는데 한국 특허 몇몇 조항의 문구를 2개 항으로 늘려 서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근거로 "권리범위가 99.9% 겹쳐 동일한 특허"라며 국내 특허에 대응해 미국 특허도 합의서 효력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주장이 특허법과 괴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핵심적으로 합의서 문구 문제다. 합의서상 합의 대상 특허는 국내 특허로만 한정됐다. 문구 하나하나에 민감한 합의서 특성상 해외 특허가 빠진 것이 해석의 문제를 부르는 상황에서 권리범위 등은 부차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변리사는 지적한다.

한 변리사는 "합의서상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패밀리 특허까지 포함된다는 문구가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특허는 권리범위가 일부 비슷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특허로 취급받기 때문"이라며 "SK이노베이션 주장대로라면 두 특허는 별건으로 계약서가 작성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도 "합의 대상은 한국특허뿐"이라는 요지로 SK이노베이션의 주장에 반박한다. LG화학은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며 "합의는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으로 특정해서 이뤄졌다.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내부 문건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 대상 특허목록 기재 여부만이 아닌 문구 해석 측면에서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 마냥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란 주장도 나온다. 합의서를 작성한 당시 배경 및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구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이 합의서에 소를 제기하지 말 것을 약속한 지역에 '국외'를 명시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 법대 교수는 "결국 양측의 갈등은 계약의 해석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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