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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2조원에 10년 정전협정…'누가 이긴 걸까'

  • 2021.04.11(일) 19:22

바이든 거부권 행사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
SKI가 '현금·로열티 1조씩' LG엔솔에 지급
외신 '바이든 승리' 분석…K-배터리 불확실성 해소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SK이노베이션(SKI)이 벌인 2년 여간의 '배터리 분쟁'이 합의금 2조원에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2011년부터 약 5년 간격으로 소송과 합의를 반복한 양사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건전한 경쟁으로 동반 성장하는 'K-배터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LG-SK, 1조원씩 양보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종현 LG엔솔 사장과 김준 SKI 사장은 최근 화상회의 방식으로 만나 이번 사안에 전격 합의했다. SKI가 LG엔솔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LG엔솔은 적어도 3조원을 요구했고, SKI는 최대 1조원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1조원씩 양보한 셈이다. 양사는 앞으로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건과 관련해 2019년부터 진행된 국내외 쟁송도 모두 취하한다.

양사 사장은 공동 합의문에서 "한미 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양사의 이번 합의는 서로 한발씩 물러서면서 치명상을 피하는 한편, 소모적인 장기전도 피했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가 있다. LG엔솔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을 인정받아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게 됐고, 미국 시장에선 짐을 쌀 뻔했던 SKI는 향후 배터리 사업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설명이다.

ITC는 지난 2월 LG엔솔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SKI의 전기차 관련 배터리 부품·소재를 10년간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특허침해 소송에선 SK이노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결정을 공개하면서 상황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이 예비결정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LG엔솔도 수입 금지와 같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전세가 SKI로 역전된 상황으로 보긴 어려웠다. LG엔솔이 유리한 최종 판결을 먼저 받았다는 점에서다. 이런 까닭에 2월 최종 판결에 대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마지막 변수였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 거부권 행사의 마감 시한은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까지였다. 그러나 하루 전에 전격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 승자는 누구

미국 현지 언론을 위시한 주요 외신들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한국 기업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 투자를 유지하게 된 바이든 대통령이 '승자'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번 합의를 통해 폭스바겐과 포드 등 현지 완성차 업체들은 SKI로부터 정상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고, 대규모 일자리를 책임지는 조지아주의 SKI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SKI는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최고 50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6000여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SKI 관계자는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과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I도 이런 관점에서 소득이 없지 않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투자와 고객사 유지 등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도 일단 제거한 셈이기 때문이다. SKI가 배터리 분리막 부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올 5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려는 계획도 불확실성에서 자유롭게 됐다. 

물론 당장의 승자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된 LG엔솔이다. 기대보다 적게 받은 것은 사실이나, 1조원이든 2조원이든 주는 쪽보단 받는 쪽이 낫다. LG엔솔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당사의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LG엔솔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서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사는 지난 2014년에도 이번 건과 관련 10년간 소송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지난 2019년부터 소송전에 다시 나선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약속은 발표대로 10년간 유효할지도 관심이다. ▷관련기사: 'AGAIN 2014?'…LG-SK 배터리 합의 가능성은(4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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