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지난 1분기 창사 이래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과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결과다. 코로나19 기저효과보다는 사업 성장이 가시화한 덕이 크다는 점은 더 반가운 지점이다.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보면 앞으로 전망도 밝다는 게 이 회사 판단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조 단위 합의금을 받기로 한 점도 향후 이익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 악재도 있다. 폭스바겐과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품질 경쟁력으로 우위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 분기 영업익 1조원 '활짝'
LG화학의 1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기록 대잔치였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84% 증가한 1조4081억원, 매출도 43.4% 늘어난 9조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3671.9% 급증한 1조371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사상 최대치다. 직전 최대 영업이익은 2020년 3분기 9021억원, 최대 매출액은 2020년 4분기 8조9049억원이었다.
이번 실적 개선은 석유화학 부문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함께 견인했다. 석유화학 부문 매출액은 4조4352억원으로 전년대비 19.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18.7% 증가한 983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코로나19의 기저효과도 있으나 사업 전반이 개선된 영향이 더 크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가전과 의료용품, 건자재 등 전방산업 호조에 따른 주요 제품의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며 "스프레드(석유화학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 확대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는 에너지솔루션도 매출액이 전년보다 88% 늘어나며 4조254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흑자전환하며 756% 급증한 3412억원을 달성했다.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다. 전기차 배터리 출하 확대와 지속적인 수율 개선, 원가 절감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의 이번 실적은 100%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인 배터리 분쟁 종결과 함께 받는 합의금을 회계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모두 2조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주기로 했고, 이 가운데 5000억원은 올해 입금된다. 회사 관계자는 "합의금의 회계 반영 시점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첨단소재는 매출액 1조1719억원, 영업이익 883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41.7%, 영업이익은 125.6% 늘었다. 양극재 생산 물량이 확대됐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소재의 수요가 회복된 덕이다. 생명과학의 경우 매출액 1619억원, 영업이익 22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1.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2% 감소했다. 제미글로과 유트로핀 등 주요 제품의 매출 확대와 시장 지위가 강화됐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팜한농은 매출액은 2109억원, 영업이익은 297억원으로 모두 전년보다 부진했다. 매출액은 4.5%, 영업익은 14.3%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 영향에 따른 작물보호제 등 주요 제품의 판매 지연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 2분기도 "OK"…폭스바겐 배터리? "OK"
LG화학은 2분기 실적도 추가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여수 제2 NCC 공장 가동과 함께 NBL(니트릴 라텍스), CNT(탄소나노튜브) 등 고부가 제품의 가동에 따른 매출 성장에 따른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경영진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NCC는 분기내 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중"이라며 "여수 NCC 전체 증설로 연간 2조원 규모의 성장이 기대되고, 손익 측면도 초기 가동 비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두자릿수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른 자동차 전지와 원통형 전지 부문의 매출 성장을 전망했다. 증설 라인의 조기 안정화와 원가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폭스바겐, 테슬라 등 전기차 사업자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없지 않겠으나, 품질 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경영진은 컨콜에서 "전지사업의 경우 신규업체가 진입하기에는 여러 형태의 진입장벽이 있고, 다수의 핵심기술이나 특허뿐만 아니라 양산 노하우도 축적돼야 한다"며 "이들이 전기차 수요 전체 모두를 내재화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당사와 같은 톱티어(일류) 업체와 협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내재화 고객 가운데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적용한다고 공표함에 따라 이런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일정 부분 줄어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수주한 전용 플랫폼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당사의 파우치형 배터리만이 가진 에너지 밀도, 주행거리, 경량화, 출력 등 성능 우위로 프리미엄과 보급형 중심의 수주를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공장 증설 등 5조원 이상 투자하는 중장기 로드맵과 관련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미국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전기차 출시 확대에 따른 물량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미국 신규 거점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유럽에도 신규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장의 경우 기존 파우치형 외에도 원통형, ESS 등을 함께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첨단소재는 양극재 공장 신규 라인 추가 가동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출하 확대 등에 따라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명과학도 소아마비 백신 신제품인 유폴리오의 유니세프 공급이 시작되며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팜한농의 경우 원가 부담 등이 예상되지만, 작물 보호제와 고부가 특수비료 판매 확대 등으로 전년대비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관측됐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CFO)은 이번 실적에 대해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도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극재, CNT 등 전지소재 사업을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재활용과 바이오 소재 등 미래 유망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앞으로 외부와의 협업을 통한 성장도 본격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