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일을 냈다. 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1조1127억원과 비교하면 곱절이다. LG그룹의 '엄지손가락'이라 할만한 성적표다. LG화학의 이같은 성과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는 합의금 2조원 중 1조원을 영업이익에 반영한 것이 컸다. 이에 더해 기존 석유화학 사업도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내면서 살아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대 영업익…합의금 덕만은 아니라지만
LG화학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90.2% 증가한 2조2308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5.2% 증가한 11조4561억원, 당기순이익은 289.5% 치솟은 1조632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은 배경은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 결과로 합의금을 받기로 한 일회성 요인 영향이 크다. LG화학은 SK로부터 올해 5000억원, 내년에 5000억원을 받고,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 형태로 2023년부터 받을 예정이다. 내년까지 받기로한 합의금을 이번 2분기에 영업이익으로 집어 넣었다.
이명석 LG화학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합의금은 당사 영업비밀 사용대가로 봐서 영업이익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번 실적은 화재 위험이 발견돼 지난 5월 자발적 리콜을 발표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교체 관련 충당금이 비용으로 반영됐음에도 이룬 것이다. 이 상무는 "일회성 요인은 SK 관련 1조원(이익)과 ESS 충당금(비용) 4000억원 등 6000억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해도 LG화학의 영업이익은 1조6000억원이 넘는다. 직전 분기인 1분기 영업이익 1조4081억원을 훌쩍 넘고,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185%나 증가한 것이다. 결국 기존 사업들 수익성이 크게 회복했다는 평가다.
합의금 없었더라면…배터리 적자
사업 부문별로 실적을 살펴보면, 기존 주력인 석유화학의 성장이 눈길을 끈다. 석유화학부문 매출액은 전년보다 58% 증가한 5조267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무려 207%나 치솟은 1조3247억원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와 위생 등 친환경 소재를 포함한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개선이 더해져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82% 증가한 5조131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422%나 급증한 8152억원을 기록했다. 전방산업 수급과 고객 수요 차질 등에 따른 영향이 있었으나, 일회성 요인 인식으로 매출 및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만약 이번에 1조원의 합의금을 영업이익으로 반영하지 않은 채 ESS 충당금 약 4000억원만 반영했을 경우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2000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낼 수 있었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올 하반기 추진할 IPO(기업공개, 상장)에 매우 부정적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뻔한 셈이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올해와 내년에 5000억원씩 받기로 한 합의금 1조원을 2분기에 일회성으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급증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냈다. 2분기 에너지솔루션 부문 영업이익률은 결과적으로 15.9%였지만 합의금 수익과 충당금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을 모두 제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6%로 낮아진다.
차세대 성장동력들 '우뚝'
첨단소재, 생명과학, 팜한농 등 다른 사업부문들 모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첨단소재부문 매출액은 1조2969억원, 영업이익은 945억원에 달했다. 양극재 출하량이 확대된 점과 엔지니어링소재 판매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영업이익률은 7.3%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64%, 영업이익은 138% 증가하는 등 배터리 뒤를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생명과학부문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27% 늘어난 2030억원, 영업이익은 107% 증가한 291억원을 기록했다. 소아마비 백신 신제품 출시와 제미글로, 유트로핀 등 주요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면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팜한농은 매출액 2100억원, 영업이익 169억원을 냈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18%, 42% 증가했다. 원료가격이 상승했으나, 작물보호제 판매가 늘었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석유화학의 두드러진 실적 상승과 전지소재 사업 확대, 생명과학의 분기 최대 매출 등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을 통해 최대 성과를 창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