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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기업의 승부수…'친환경에 조단위 투자'

  • 2021.09.07(화) 15:49

석유화학 실적 좋지만…장기 성장동력 찾기
회사명 바꾸고 과감한 투자계획으로 돌파구

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굴지 석유화학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에 조 단위 투자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차원 정도가 아니다. 회사 간판까지 바꾸고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시황에 따라 변동성이 극심한 기존 사업을 보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화학 이름 떼고 친환경 투자

최근 한두 달 사이 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SK이노베이션 등이 친환경 관련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공개된 규모만 8조5000억원이 넘는다.

LG화학은 지난 2일 바이오 디젤 전문 기업인 단석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바이오 원료 생산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LG화학과 단석산업은 오는 2024년 HVO(수소화식물성오일) 생산공장을 완공할 방침이다. HVO는 폐식용유, 팜부산물 등의 식물성 원료를 수첨반응(Hydro-treatment) 시켜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 오일이다.

지난달 LG화학은 오는 2028년까지 총 2조60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공장에 생분해성 'PBAT'(Poly 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및 태양광 필름용 'POE'(Poly Olefin Elastomer) 등 총 10개의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SK종합화학에서 최근 사명까지 바꾸며 친환경 사업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오는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폐플라스틱 기반의 '도시유전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프랑스 재생에너지 기업 'RES Méditerranée SAS(RES프랑스)의 지분 100%를 7억2700만유로(약 9843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RES프랑스는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 ESS(에너지 저장장치)의 재생 에너지 사업의 개발, 건설관리 등을 해왔다.

한화솔루션이 지분 36%가량 보유한 한화종합화학도 최근 사명에서 화학을 지우고 한화임팩트로 이름을 바꿨다.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와 지구에 긍정적인 임팩트(영향)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겠다'는 뜻을 담았다.

롯데케미칼도 수소저장용기 상용화를 위한 파일럿 공정설비를 오는 2022년 상반기내 완공할 목표라고 7일 밝혔다. 수소저장용기는 수소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구체적 투자 규모를 밝히진 않았으나 성과에 따라 사업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테스트하는 단계로 시황에 따라 투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폐플라스틱 기반 친환경 원료 제조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폐폴리스티렌(폐PS)을 열분해 처리해 얻은 친환경 원료 '재활용 스티렌'(RSM, Recycled Styrene Monomer)을 제조한다는 구상이다.

PS는 유제품이나 일회용 컵 뚜껑, 가전제품 포장용 스티로폼 등에서 흔히 접하는 플라스틱인데, 현재 재사용할 때는 저급 플라스틱 제조에 쓰인다. 오염된 경우 소각 혹은 매립할 수밖에 없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해외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RSM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과감한 투자, 이유가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화학은 다른 산업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다. 이런 까닭에 탄소배출권 구매 압박, 환경 오염 사업자라는 이미지 등에서 벗어나려는 이유가 첫번째다. 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909만8106톤(tCO2eq·equivalent)으로 국내 사업자들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방어적인 차원에서만은 아니다. 친환경 사업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면 국제유가 변동이나 전방산업 수요 변화 등에 따른 흔들림도 보완할 수 있다. 화학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확산) 전후로 실적이 극과 극을 오간 바 있다. ▷관련기사: ①'끝물이라고?'…화학 빅4 사상최고 실적 행진(8월11일)

LG화학이 생산할 계획인 HVO는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정책 및 친환경 항공유·디젤 사용 의무화 등에 따라 HVO의 세계 시장 수요는 2020년 600만톤 규모에서 2025년 3000만톤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이 착공하는 PBAT와 POE 공장은 오는 2024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이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는 연간 약 4700억원 이상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PBAT와 POE는 썩는 플라스틱 수요 증가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으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30% 수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솔루션의 그린에너지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은 이번 RES프랑스 인수로 글로벌 기준 재생 에너지 사업권이 기존 10기가와트(GW)에서 약 15GW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신규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풍력 사업 역량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사업 분야를 태양광에서 풍력 및 ESS로까지 확대 가능할 것"이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국한됐던 지역 범위도 다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도 친환경 사업 추진이 재무적 성과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한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오는 2050년 600조원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만들어질 전망"이라며 "2025년에는 친환경 및 재활용 영역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상회하는 6000억원의 에비타(EBITDA, 상각전영업이익)를 창출해 재무적으로도 '그린 컴퍼니'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10만개의 수소탱크를 양산하고 이를 오는 2030년에 5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은 RSM을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ber)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SSBR은 타이어 마모와 연비 성능을 향상시키는 고성능 합성고무인데 친환경성까지 갖추게 되면 추가적인 사업 성과가 기대된다. 회사 관계자는 "RSM 외에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친환경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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