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유럽 상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독일 현지 전문 제조업체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전기차 중심의 캐즘을 ESS로 돌파하려는 구상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11일 독일의 상업용 ESS 전문 기업 '테스볼트(Tesvolt)'와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이달 말까지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를 공급할 예정이다. 테스볼트는 여기에 전력변환장치(PCS) 및 사이버 보안 시스템 등을 결합, 완성형 ESS 시스템으로 제작·설치한다.
테스볼트는 지난 2014년 설립된 유럽 ESS 시장의 선두주자다. 지난해 독일 라인란트팔츠주에 구축될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따내는 등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용 ESS 시장으로의 진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SDI와는 2017년부터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양사는 추가 공급 확대 및 공동 프로모션 등 전방위적 협업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SDI의 SBB는 20피트(ft) 크기의 컨테이너에 셀·모듈·랙 등을 통합한 올인원 패키지다. 전력망 연결만으로 즉시 운용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고에너지밀도와 획기적인 안전성 확보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고 있다.
이번에 공급하는 'SBB 1.0'에 이어 내년 2분기부터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SBB 1.5'도 투입된다. SBB 1.5는 용량·안정성·설치 및 운영 효율을 대폭 끌어올린 모델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테스볼트 측은 "삼성SDI의 SBB는 독자적 화재 차단 기술인 'EDI(Enhanced Direct Injection System)'이 적용돼 운영자 요구에 정밀하게 부합하는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삼성SDI는 "SBB를 앞세워 ESS 배터리 생산능력(Capa)의 90%에 해당하는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며 ESS 부문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테스볼트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ESS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