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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진심인 기업들...옥수수부터 소똥까지

  • 2021.12.24(금) 07:15

친환경 기술 개발·실증 사례 잇따라
환경규제 대응하고 신사업으로 추진

조선·철강·화학 등 중후장대 기업 사이에서 친환경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제철이 소똥을 연료로 활용하는가 하면, HMM은 바이오 연료로 뜨는 선박을 실증하고 나섰다. 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도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소똥 활용해 철 제조…옥수수는 플라스틱 소재로

현대제철은 내년부터 소똥을 고로(高爐) 연료로 활용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함께 손잡고 관련 연료 생산과 공급, 제철소 내 이용 확대를 추진하면서다. 

이들은 소똥을 활용해 만든 고체연료를 대탕도(쇳물 배출용 통로) 내화물 건조용 열원으로 사용하고, 조업 테스트를 거쳐 향후 고로 연료로 투입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다. 

HMM의 경우 최근 열흘 동안 진행한 '바이오중유' 선박 실증을 완료했다. 바이오중유는 동·식물성 기름, 바이오 디젤 공정 부산물 등 미활용 자원을 원료로 만든 중유 대체 연료다. 이달 초 부산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가 파나마 운하, 태평양 등의 구간에서 이를 실증했다.

이와 관련 HMM은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한국선급과 바이오중유 사용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어 이번 실증을 계기로 친환경 연료 사용이 해운 업계로 널리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도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함께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PBAT'(Polybuthylene Adipate-co-Terephthalate)를 상업 출시했다. 

PBAT는 자연에서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플라스틱 제품이다. 단단한 성질을 가진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인 PLA(Poly Lactic Acid)나 전분 등 다른 소재와 결합하면 기존 플라스틱 필름과 유사한 강도를 가지게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 플라스틱 제품이 자연 분해 되는데 100년 가까이 소요되는 반면, PBAT는 매립하면 6개월 이내 90% 이상 분해된다"고 말했다.

LX하우시스와 노루페인트의 경우 친환경 도료 사업 확대에 나섰다. LX하우시스가 '마이크로 파우더' 소재를 도료용 첨가제로 노루페인트에 공급하면, 노루페인드는 이를 도료 제품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마이크로 파우더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 오일에서 합성한 미세 알갱이로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가 되는 고분자 소재다. TVOC (총휘발성유기화합물), HCHO(포름알데히드) 등 환경 호르몬 유발물질 수치를 저감하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감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도료들은 건축·가구·자동차·스마트폰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이밖에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 사업을 시작했고,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4000억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블루수소(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친환경 수소) 발전소 건설에 나서는 등 정유 업계에서도 친환경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중이다.

친환경 규제 영향…신사업으로도 확장 가능성

이들이 다양한 주체와 손잡고 친환경 사업을 벌이는 까닭은 관련 규제 영향이 우선 작용했다.

예를 들어 HMM가 무탄소 배출 연료로 인정되는 바이오중유를 활용하는 배경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대응할 수 있는 성격이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 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또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50%까지 줄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해운 분야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의 소똥 활용 역시 온실가스 관련 부담을 줄이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대제철은 '배출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배출권)을 넘어선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현대제철의 온실가스 배출부채는 작년 1571억원에 달했고, 올 3분기는 137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862만톤(t)으로 2019년보다 28.9% 증가했다. 1톤의 소똥 고체연료 1톤을 활용하면 온실가스 1.5톤이 줄어드는 환경적 효과와 함께 수입 원료 대체 등의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친환경 사업들은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규제 영향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환경 규제 강화와 더불어 생분해성 제품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업계는 글로벌 PBAT 시장 규모가 지난해 22만톤에서 오는 2025년 80만톤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가 나오는 분야도 있다. 현대건설기계의 경우 배기가스 규제인 '스테이지V'를 만족하는 친환경 모델 'A 시리즈'가 시장의 호평을 받아 건설장비 판매량 증대에 기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건설장비 3000여대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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