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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총 6분전 뒤집혔다…'불편한 동거' 시작

  • 2025.03.28(금) 16:16

고려아연 정기주총…영풍 의결권 25.42% 제한
최윤범 회장 이사회 장악…19명 중 15명 확보
MBK 불복, 법적공방 이어가나…대타협 가능성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임시주주총회와 같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 의결권을 제한하면서다. 

최 회장 측의 완승은 아니었다. 고려아연 이사회에 영풍-MBK 연합이 추천한 일부 사외이사가 진입했다.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엎치락 뒤치락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1기 주총. 애초 고려아연 측은 오전 9시에 주총을 열 계획이었지만, 위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면서 약 한시간 반 뒤인 11시 30분에서야 주총은 시작됐다.

주총이 시작되자 날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의결권'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연합 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이날 주총에서 고려아연은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최 회장 측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을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인 주식회사 썬메탈홀딩스(SMH)에 넘기면서 상호출자 구조가 형성되면서다. 

영풍은 '주식배당' 카드로 의결권을 부활시키려 했지만, 이날 고려아연의 주총에선 통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영풍은 1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통해 발행주식수를 늘려 SMH가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의결권 부활을 노렸다.

고려아연은 정기주총 직전 SMH이 추가로 영풍 주식을 취득해 지분율을 10.03%로 끌어올려 의결권이 제한시켰다.

MBK 측은 "고려아연 측이 내부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상호주 외관을 다시 작출하기 위해 주주총회 개회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잔고증명서 발급 시간은 28일 오전 8시 54분이고 본래 (주주총회가 통지됐던) 오전 9시 전에 입고됐기 떄문에 상호주 형성이 됐다"고 맞섰다.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절반의 승리

이날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19명의 이사 수 상한 안건이 의결되면서 총 8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했다.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박기덕 △김보영 △권순범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등 5인의 후보가 모두 이사로 선임됐다. 별도 안건으로 분리선출 대상인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인 서대원 이사도 선임돼 총 6명이 이사회에 합류됐다. 반면 MBK 측이 제안한 후보 중에서는 △권광석 △강성두 △김광일 등 3명의 후보가 선임됐다. 

고려아연 측은 총 19명의 이사회 중 11명을 확보했다. 임시주총 이후 업무효력이 정지된 4명이 복귀하면 고려아연 측은 19명 중 15명의 이사회를 확보하게 된다. 영풍 측은 장영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4명의 자리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고려아연 측이 의결권 제한 카드를 통해 일단 이사회 장악에 성공했지만, 절반만의 승리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호출자 구조를 다시금 만들면서 영풍 측의 의결권 25.42%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풍 측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했다"라며 "일부 의결권 자문사들의 제안처럼 경영권 분쟁에 지친 주주들이 균형을 맞춰 투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분쟁

업계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 측의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주총의 승패를 가룬 '의결권 제한'을 두고 영풍 측이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영풍 측은 정기주총 이전 YPC에 고려아연의 주식을 양도해 상호출자 구조가 형성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SMH가 추가 지분을 취득한 시점 역시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으로 대외 이미지 훼손, 임직원 사기 저하 등과 같은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대타협을 이룰 가능성도 열려있다.

실제 고려아연 측은 지난 임시주총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MBK측에 대타협에 나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단 당시 대타협 제안은 영풍-MBK연합이 아닌 MBK에게만 한 제안이었으며, MBK 역시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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