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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사, 자동차업체와 '따로 또 같이'…왜일까

  • 2021.05.27(목) 09:51

LG엔솔·SK이노, 잇달아 완성차와 JV 설립
삼성SDI, 각·원통형 납품공급…합작 '무소식'

국내 배터리 사업자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등 전기차를 중심에 둔 이종 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자동차의 상징과 같은 포드(Ford)와 합작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삼성SDI는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도 그저 "검토 중"이라는 입장 정도다. 삼성SDI의 주력 배터리 유형인 각형을 주로 쓰겠다고 밝힌 독일 폭스바겐, 삼성으로부터 원통형을 공급받는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도 '납품' 정도의 관계일 뿐이다. 

이런 사업 방식의 차이는 배터리 업체마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배터리 유형이 다르고, 또 그마다 특징 설계와 생산방식이 다른 데서 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우치형은 형태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어 전기차의 플랫폼에 맞춰 배터리 생산초기부터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고정된 형태인 각형과 원통형은 따로 생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형태여서 양측의 수급 안정성을 제외하고는 합작이 큰 의미가 없어서라는 해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LG, GM 손잡고 현대차와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제2합작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서 올해 착공을 시작해 2024년 상반기까지 35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목표다.

양사는 이미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의 제1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2개 공장은 총 7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이는 1회 충전에 50킬로미터(km) 이상 주행가능한 전기차를 1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가 GM과 손잡은 배경은 현지 시장 수요증가 기대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대에서 2025년 42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도 친환경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각종 구매 인센티브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은 물론, 정부 관용차 300만대에 대한 전기차 교체 방침까지 두고 있다.

LG는 현대차와도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이란 관측이 외신과 업계 등을 통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기업과 컨소시엄을 통해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착공한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와의 JV 설립 계획도 흘러나온다. 이는 작년부터 나온 관측이지만 아직 양측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는데, 해외기업 유치를 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도가 이번 외신 보도 등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동남아 시장 공략에 관심이 있는 LG와 함께 인도네시아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SK는 포드와 맞손…삼성SDI는 왜?

SK이노베이션도 최근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를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202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연간 약 60기기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블루오벌에스케이가 생산하는 60GWh는 약 100킬로와트시(kWh)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 픽업트럭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관련기사: SK-포드, 전기차 함께 달린다…'미국서 6조 합작'(5월21일)

합작법인은 60GWh의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약 6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양사는 세부적인 투자 비율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업계는 5대 5 수준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따라 합작사에 투자하는 약 3조원, 현재 건설중인 조지아 1,2 공장 3조원 등 총 6조원의 직간접 투자 외에도 향후 시장 확대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합작 움직임이 없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고,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만 말했다. 업계에서 삼성SDI와 손잡을 후보 기업들이 거론되기는 한다. 예를 들어 삼성SDI가 주로 만드는 각형 배터리 사용을 확대한다고 밝힌 폭스바겐, 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등이다. 

삼성SDI에도 공급 확대 기대감은 있다. 최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손 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각형은 안전 장치와 냉각효율 등이 우수한 장점이 있는 반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각형이 부품 숫자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단점을 해소하고 있어 전기차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납품 형태다.

삼성SDI가 아직 완성차 업체와 합작하지 않는 이유로는 이처럼 생산하는 배터리 유형이 각형과 원통형이란 점이 꼽힌다. LG와 SK의 주력인 파우치형은 형태가 자유롭기 때문에 전기차별로 사업자들이 초기부터 협력을 해야 하는 반면, 각형과 원통형은 따로 생산해서 납품해도 되는 구조라는 얘기다. ▷관련기사: 전기차 속 배터리 '파우치·각·원통' 승자는?(4월22일)

업계 관계자는 "JV를 설립하면 배터리업체 입장에서는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다양한 업체를 배터리 납품 고객으로 삼는 데는 부담이 있다"며 "삼성SDI가 주력으로 둔 각형과 원통형은 상대적으로 파우치형에 비해 합작 필요성이 덜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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