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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움튼다

  • 2021.06.09(수) 06:45

미·중·유럽 규제 마련중…아직은 태동기
폐배터리 되살려 온실가스도 비용도 줄여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2차전지 재활용 사업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6~10년 주기로 수명이 다해 새 배터리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렇게 사용한 배터리를 그대로 폐기할 경우 친환경 산업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물론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이제 막 채산성을 맞춰가는 단계인 데다, 전기차 시장 규모나 배터리 수명을 고려하면 다소 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재활용 시장 성장도 기대되고, 주요국에서 배터리 재활용 관련 규제가 등장하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전략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친환경'…배터리 재활용 시대 열린다

최근 외신에서는 조만간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관련 지원 정책 일부를 내놓을 것이란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친환경 산업으로 손꼽히는 전기차 시장이지만, '사용 후(폐)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재사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데 따른 정책 보완 개념의 후속 조치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산업 공급망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를 재활용하려면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관련 생태계도 필수적으로 구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06년부터 '배터리 지침'을 발표하며 각국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해당 지침이 각국에서 법적 의무가 없고, 구체적 목표가 없다며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새로운 규제안에는 수명을 다한 배터리는 재활용하고, 배터리 재료의 일정 부분은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런 규제는 중국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이에 따르고 있다. BMW의 경우 알루미늄 소재는 100% 재활용 재료로 사용하고, 니켈과 코발트는 50% 이상 재활용 재료로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배터리 순환경제' 노리는 K-배터리 

LG화학의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흐름을 고려한 듯 최근 대규모 합작 사업에 배터리 재활용 계획을 담았다. 이 회사는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한 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손잡고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올 연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LG는 유럽 폴란드나 국내 오창 등 다른 공장에서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현대자동차, KST모빌리티 등과 전기택시 배터리 대여 및 배터리 재사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배터리 내 금속을 재사용하는 선순환 체계도 구축중이다. 중국에서는 연내 구축을 완료하고 한국과 폴란드는 내년까지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재활용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자사 배터리 금속 재활용기술의 친환경성이 미국 에너지성 산하 국가 지정 연구기관인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서 배터리 생애주기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검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기아차와 지난 1년가량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실증사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하면서, 앞으로 △전처리(배터리 분해) △금속자원 회수 △양극재 이용 △배터리 제조 △차량 장착에 이르는 전기차 배터리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독자 개발한 리튬 회수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 후 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 및 니켈, 코발트 등 금속 자원을 회수, 이를 다시 배터리용 양극재(배터리의 용량과 출력 등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로 배터리 성능을 결정)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경우 2019년 국내 배터리 솔루션 기업 피엠그로우에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재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규모가 여전히 성장 단계이고, 이에 따라 폐배터리 시장도 초기 단계이지만 배터리 재활용 관련 사업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에 도움되고…사업적 이점도

이같은 배터리 재활용은 일단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 기술을 활용해 수산화리튬을 제조할 경우 리튬광산 생산방식 대비 74%, 리튬호수 생산방식 대비 41%가량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양극재를 제조할 때는 리튬광산 원료 대비 47%, 리튬호수 원료 대비 39%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낮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배터리 원재료를 재활용하는 '하이드로메탈러지컬'(Hydrometallurgical) 공정은 기존 공정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대 30%나 낮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적인 가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850만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에는 2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2019년 기준 15억달러(1조6500억원)에서 2030년 181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원재료 재활용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각종 금속 가격 및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가 배터리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는데, 고용량 배터리의 경우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이 80% 이상이다. 또 니켈 수요는 올해 260만톤에서 2024년 310만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재활용 관련 사업을 벌이고 기술을 확보하면 전기차 업체들과의 추가적인 협력에도 도움이 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국립 연구기관에서 자사 기술의 친환경성을 확인함에 따라 향후 전세계적으로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해 전기차 업체의 협업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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