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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엇갈리는' 낸드 전략…배경은?

  • 2021.04.30(금) 15:47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적자' 하이닉스, 과감한 M&A·지분투자
'1위' 삼성전자, 제품 경쟁력 강화로 수성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국가대표급' 반도체 기업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소 엇갈리는 낸드 플래시 사업전략을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과감한 인수·합병(M&A)과 경쟁사 지분투자로 공격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제품 경쟁력으로 글로벌 업계 1위 리더십을 지켜간다는 방침이다.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지각변동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지, 삼성전자는 시장 1위를 수성할지 주목된다.

◇ 덩치는 삼성이 압도, 성장성은 SK

30일 반도체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1분기 매출액 합계는 약 8조95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8%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투자증권 추정치를 보면 삼성전자 낸드 사업의 1분기 매출액은 6조9170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8.8%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낸드 매출액은 회사 발표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2조390억원으로 파악된다. 전년보다 17.9% 늘어났다. 규모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이지만, 성장성은 SK하이닉스가 앞섰다.

영업이익의 경우 양사 모두 부진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전체 영업이익은 3조37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 전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낸드 가격 하락과 시설투자, 미국 오스틴 공장의 생산차질이 부진의 원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의 낸드 1분기 영업이익이 62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5% 증가한 1조3244억원이었다. 낸드는 모바일에 들어가는 고용량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전분기보다 출하량이 21%나 증가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낸드 매출액은 1분기 전체의 24%다. 그러나 영업손실은 5550억원 수준으로 전년(-3750억원), 전분기(-5400억원) 대비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비용과 함께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7%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SK하이닉스의 '하이킥'…파운드리 확대도 공식화(4월28일)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분기 적자폭은 감소 추세"라며 "그동안 청주에 낸드 전용 공장을 짓는 등 시설투자를 확대한 탓에 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적자가 지속됐으나,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적자 지속 SK하이닉스, 낸드 '닥공'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를 추진중이고 키옥시아(옛 도시바) 지분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202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에 70억달러, 2025년 3월에 나머지 20억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키옥시아 지분투자의 경우 작년 4분기에 평가이익 1조7200억원을 인식할 정도로 쏠쏠했던 측면이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7년 배인캐피털이 조성한 펀드에 2660억엔(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다른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전환사채 1290억엔(1조3000억원)어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4조원 규모를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특히 펀드 투자금은 키옥시아가 올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매각을 계획하고 있고, 나머지 1조3000억원어치 전환사채 인수분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이를 공식 확인했다. 앞서 낸드 주요 사업자들인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키옥시아를 상대로 M&A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 콜에서 또 "배인캐피탈과 키옥시아 경영진으로부터 이(M&A)와 관련 전달받은 사항은 없고, 올 하반기 IPO 추진을 준비중이라는 사실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답변을 토대로 보면,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M&A에 따른 변화보다는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협업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인텔 낸드사업 인수자금은 채권과 자체 현금에서 우선 활용하고, 키옥시아 투자금 활용의 경우 향후 IPO와 다양한 상황 변화에 따라 고려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설투자(CAPEX)도 올 하반기에 내년 투자분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전반적으로 공격적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 "M&A? NO!"…품질로 수성한다는 삼성

삼성전자도 컨퍼런스 콜에서 유사한 질문을 받았다. 업계 M&A가 진행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다. 삼성은 그러나 "인위적인 합병(consolidation) 계획이 없다"며 "업계 구도변화나 개편에 우리가 직접 관여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얼어붙은 반도체 갤럭시가 녹였다(4월29일)

그러면서 "D램보다 사업자 수가 많은 낸드는 기술과 원가 경쟁력 기반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규모의 경제가 사업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삼성의 강점이 있는 고부가, 고용량 솔루션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반응도 좋아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 수요를 충족해 앞으로도 신뢰받는 공급사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은 8TB(테라바이트) 이상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업계 유일의 '싱글 스택' 128단 6세대 V(버티컬) 낸드의 512Gb(기가비트) 전환을 가속화해 기술 리더십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싱글 스택은 데이터와 전류가 흐르는 공간을 한번에 뚫는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EUV(극자외선) 장비 적용을 확대해 경쟁력을 더욱 키우기로 했다.

◇ 시장 순위가 만든 '전략 온도차'

양사의 사업 전략이 이처럼 다른 것은 시장에서의 입지 차이 때문이다. 삼성은 지켜야 하는 1위이고, SK하이닉스는 추격자 입장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는 32.9%의 삼성전자였다. 이어 키옥시아(19.5%), 웨스턴디지털(14.4%),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11.2%), 인텔(8.6%) 순이다. SK하이닉스는 사업의 D램 편중을 낸드 육성으로 완화도 해야 한다.

삼성의 경우 다른 낸드 사업자를 인수한다면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각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야 하는 부담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아울러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도 대형 M&A 같은 위험 큰 의사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SK하이닉스 역시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가 2025년 완료된 이후 점유율이 크게 뛰어오를 전망인데, 현재 각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가 진행중이다. 미국 규제당국의 심사는 최근 마무리됐고, 중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대만, 싱가포르 및 한국 등에서도 심사가 진행중이다. 이 심사가 연내 마무리하면 인텔의 SSD 분야 점유율이 SK하이닉스에 포함되고, 나머지는 2025년 인수 완료 이후 적용될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디지털 카메라 외에도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에 적용되는 플래시 카드와 USB 드라이브, SSD 등 정보저장장치에 널리 쓰인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고용량 5G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의 SDD 용량 증가 등 수요가 지속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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