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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가 쥔 것은 정말 '꽃놀이패'일까

  • 2021.04.26(월) 16:26

한·미 정부 러브콜에 반도체 공급난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은 심화 국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꽃놀이패를 쥔 것일까? 얼핏 보면 그렇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과 맞물려 미국과 우리 정부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지원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하지만 패를 쥔 삼성전자는 고민도 가득하다. 경쟁사들인 미국 인텔과 대만 TSM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시장 경쟁은 점점 심화하고 있는데 수요에 대응한 발빠른 투자 결정은 간단치 않아서다.

◇ 공급 부족에 한·미 정부 러브콜까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폭스바겐, GM, 토요타 등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의 영향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장기화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모바일·PC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데다, 자연재해로 인해 미국·일본·대만에 있는 반도체 공장들의 가동에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공급부족 제품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호재가 될 수 있다. 삼성 역시 단기적으로 미국 오스틴 공장이 한파로 공급차질을 겪었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제품 가격 상승이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꾸리기 위해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러브콜'까지 보내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백악관 초청으로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을 위한 CEO 회의'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역설하면서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에 500억달러(약 56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백악관 만난 삼성전자…'R&D 확대에 수혜 가능성'(4월13일)

한국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협회 회장단 기업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건의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여당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오는 8월 중으로 마련한다는 움직임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찾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글로벌 경쟁은 더욱 가속화

하지만 시장 경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 기업들인 인텔과 TSMC 등이 대규모 투자를 먼저 예고하고 나섰다. 인텔은 지난달 약 200억달러(22조6700억원)를 투자해 자사 메인 공장이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팹(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파운드리 사업도 본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공장의 실제 가동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인텔의 도전이 당장의 위협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의 이유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느낄 투자 확대에 대한 부담은 상당하다. 삼성이 미국 정부가 공공연히 요구하는 자국 내 투자 압박에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할 경우, 인센티브는 인텔과 같은 자국 기업에만 몰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이 오히려 삼성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SMC도 연내 28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3년간 1000억달러(약 11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파운드리 부문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았던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근 열린 월드IT쇼에서 파운드리 투자 확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 패 쥐고도 장고(長考)…이유는

삼성전자도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부문에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이미 2019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발빠른 실행으로 이어지진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공장 증설에 17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기존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증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뉴욕주와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혜택 등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 공장을 짓겠다는 구상이나,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데는 현재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도 한몫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애리조나 지역 토지 경매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짓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데, 과한 해석"이라며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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