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반도체 사업 부진을 만회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21' 조기출시 전략이 주효하면서 미국 반도체 공장 가동이 날씨 탓에 멈춘 악재를 덮었다. 게다가 디스플레이 패널도 반도체 공급 관련 부정적 영향을 받으며 전분기 대비 1조원이 넘는 이익이 감소했다.
2분기부터는 어떨까. 스마트폰은 비수기 영향을 받더라도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와 함께 낸드 시장에선 인수·합병(M&A)에 뛰어들지 않고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해 눈길을 끌었다.
◇ 영업익 9조3800억…'갤럭시21 효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9조38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45%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8% 증가한 65조3900억원, 당기순이익은 46% 늘어난 7조14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기록이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약 3.6%, 매출액은 6%, 당기순이익은 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의 낸드 부문 가격 하락과 시설투자 확대, 미국공장 생산 차질 영향으로 감소 요인이 있었지만, 스마트폰과 소비자·가전(CE·Consumer Electronics)의 수익성이 크게 제고되면서 개선세를 이어갔다.
특히 IM(IT·모바일) 부문이 실적 개선을 견인한 주역이었다. 삼성 휴대폰은 1분기에 약 8100만대, 태블릿 개인용컴퓨터(PC)는 800만대가량 팔렸다. 휴대폰 8100만대 가운데 스마트폰은 9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1월 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예년보다 한달 이상 앞당겨 출시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IM 부문 영업이익은 4조3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전분기 대비로도 66%나 증가했다.
CE 부문 영업이익의 경우 1조120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약 148%, 전분기 대비 36% 급증했다. 가전 펜트업(Pent-up, 억눌린) 수요의 지속과 프리미엄 TV 제품 판매 확대가 긍정적 영향을 이끌었다.
◇ 반도체, 시황·시설투자·美한파에 '털썩'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매출액은 19조100억원으로 전년대비 8%, 전분기 대비로도 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조37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 전분기 대비 12% 감소했다. 낸드 가격 하락과 시설투자, 미국 오스틴 공장의 생산차질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PC와 모바일 중심의 양호한 메모리 출하량에도 불구하고, 낸드 가격 하락 지속과 함께 첨단공정 전환에 따른 신규라인 초기 비용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메모리의 경우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차원에서 평택과 시안 첨단공정 증설과 공정 전환에 투자가 집중됐고, 파운드리(위탁생산)는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5나노 등 첨단공정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시설투자는 9조7000억원이었는데, 반도체 부문만 8조5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1분기 반도체 시설투자는 6조원, 같은 해 4분기는 약 11조7000억원이었다. 이처럼 반도체 시설투자는 전년동기 대비로는 41.7% 증가했고, 전분기와 비교하면 27.4% 감소했다. 투자 만으로 1분기 부진이 설명되진 않는다.
나머지는 미국 텍사스주에 닥친 추위로 인해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이 지난 2월부터 3월 말까지 단전과 단수를 겪으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피해 금액도 생산차질 관련만 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임원도 컨콜에서 "오스틴 공장 복구 과정에서 생산 차질로 인해 웨이퍼 기준 7만1000장 정도 피해를 입었는데, 이 규모가 3000억~4000억원에 해당한다"며 "현재 오스틴 공장은 완전 정상화됐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오스틴 시·당국, 용수·전력 회사와 긴밀히 협력중"이라고 말했다.
시스템LSI 사업도 1분기에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모바일 SoC(System on Chip), 이미지센서 등의 공급이 증가했으나, 파운드리 생산 차질로 모바일 DDI(Display Driver IC)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실적이 정체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 차질은 매출액 증가에 제한을 주는 한편, 공장 정상화 과정에서 각종 비용도 발생시켰을 것"이라며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이므로 일반적인 경우라고 가정하면, 시설투자나 공장 가동 차질보다는 반도체 가격 등 시황이 실적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함께 DS(반도체 솔루션) 부문으로 묶여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도 영업이익이 36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비수기에 따른 중소형 제품의 수요 둔화로 전분기(1조3900억원)보다 79%나 줄었으나, 전년동기(-2900억원)와 비교하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가동률 증가 등으로 흑자전환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시설투자가 1분기에 7000억원 집행됐고, 모바일 DDI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2분기는 반도체가 실적개선 이끈다
반도체 사업은 2분기에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 제품 전반에 걸쳐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2분기 D램은 모바일에서 일부 부품 수급 문제에 따른 생산 차질 리스크(위험)가 있을 수 있으나, 5G 시장 확대와 고용량화 덕분에 수요가 계속 견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버는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출시와 함께 주요 서버 업체의 제품 출하가 증가할 것으로 점쳐졌다. 데이터센터 업체의 클라우드용 수요도 견조할 전망이다.
PC는 교육용 노트북이 성수기에 돌입해 수요가 계속 견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15나노 D램 등 첨단공정 제품의 생산량을 늘리고 적기에 제품을 판매해 원가 경쟁력과 시장 리더십 강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낸드 역시 주요 고객사의 5G 모바일 제품 확대에 따른 고용량화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와 소비자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도 수요가 증가하고 고용량화가 지속돼 견조한 수요를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은 8TB(테라바이트) 이상 고용량 SSD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업계 유일의 싱글 스택 128단 6세대 V낸드 512Gb(기가비트) 전환을 가속화해 기술 리더십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EUV 적용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키우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콜에서 "현재까지 D램에 싱글 레이어(반도체는 여러 층의 회로가 합쳐 종합적으로 작동하는데, 각 층을 레이어라고 한다)를 적용했다면 14나노부터는 다수 레이어의 EUV를 적용해 생산한다"며 "삼성전자는 EUV 생태계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EUV는 D램 공정 미세화와 적용 시기, 노하우가 중요하다"며 "(EUV의 조기 적용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기술 리더십과 원가 경쟁력 확보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오스틴 공장 정상화와 함께 평택 2라인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 공급 확대를 준비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패키지 솔루션을 준비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구상이다. 그러나 시스템LSI는 2분기에도 스마트폰 수요 감소에 더해 전분기 파운드리 생산 차질이 일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반도체 생산 차질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으로 현재의 수급 불균형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삼성은 SK하이닉스가 일부 지분을 보유해 널리 알려진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옛 도시바)의 피인수·합병(M&A)설과, 이와 관련해 낸드 시장의 재편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임원은 컨콜에서 "D램보다 사업자 수가 많은 낸드는 기술과 원가 경쟁력 기반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규모의 경제가 사업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삼성의 강점이 있는 고부가, 고용량 솔루션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반응도 좋아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 수요를 충족해 앞으로도 신뢰받는 공급사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낸드와 관련해선 "인위적인 합병(consolidation)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 모바일 비수기에 코로나 변수 여전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은 2분기부터 전반적 약세가 예상된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여전하고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IM은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실적 둔화가 예측됐다. 삼성은 글로벌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역량을 적극 활용해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다만 하반기부턴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를 위해 폴더블 스마트폰 확산과 중저가 5G 라인업 강화와 함께 태블릿·PC·웨어러블의 성장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네트워크는 국내외 5G 상용화 대응과 글로벌 신규 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CE는 TV의 경우 '네오(Neo) QLED' 등 신제품 판매 본격 확대와 스포츠 이벤트 수요 선점에 주력하고, 가전은 비스포크(BESPOKE) 글로벌 확대를 통해 성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관련 수요 불확실성 등 글로벌 거시경제 리스크는 상존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 계절적 비수기와 부품 부족 영향 등으로 중소형 패널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 임원은 컨콜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완제품) 생산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요 공급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공급이 시급한 제품부터 부품을 할당하는 등 판매 기회 상실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내년 1월부터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능력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사결정 등 신기술이 도입된 'N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의 도입으로 이번 같은 대형 이슈가 발생해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