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을 내놨다.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모두 좋았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 D램·낸드 '날개 활짝'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5% 증가한 1조3244억원이었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8% 늘어난 8조4942억원, 당기순이익은 53% 증가한 993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개인용컴퓨터(PC)와 모바일에 적용되는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주요 제품의 수율이 개선되면서 원가 경쟁력도 높아졌다. 이런 까닭에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 3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 지분의 평가이익 1조7200억원을 전분기에 인식한 기저효과로 전분기 대비 44% 감소했다.
사업부별 실적을 보면, D램은 모바일과 PC, 그래픽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그 결과 전분기 대비 제품 출하량이 4% 증가했다. 회사는 D램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D램 매출액을 파악하면 약 6조2010억원 수준이고, 이는 전년동기 대비 19.6% 증가한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에 들어가는 고용량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전분기 대비 출하량이 21%나 증가했다. 낸드 매출액은 1분기 전체의 24%다. 낸드 매출 규모는 2조39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년보다 18%가량 증가한 것이다.
◇ "2분기는 더 좋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모바일·PC 등 재택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램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낸드플래시 역시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D램은 2분기부터 12기가바이트(GB) 기반의 고용량 'MCP'(Multi Chip Package, 여러 종류의 칩을 묶어 단일 제품으로 만든 반도체)를 공급할 계획이다. D램 주력인 10나노급 3세대(1z) 제품의 생산량도 늘리기로 했다.
첨단 공정 시스템인 EUV(극자외선)를 활용해 올해 안에 4세대(1a) 제품 양산을 시작할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네덜란드 ASML로부터 4조7500억원 규모의 EUV 장비를 5년에 걸쳐 사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회사 경영진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장비 도입과 관련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전담팀을 구성해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는 128단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이고, 연내 176단 제품 양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설비투자(CAPEX)는 예상보다 강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투자분 일부를 올 하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 파운드리 사업 투자확대 예고
SK하이닉스는 이날 파운드리 확대 계획도 밝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파운드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다. 특히 최근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파운드리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이 회사의 구체적 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었다.
경영진들은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투자는 8인치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플랜을 고려중이고, 12인치나 선단공정 관련 파운드리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SK가 말하는 8인치 웨이퍼는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관리칩(PMIC)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도 활용된다.
다만 8인치는 12인치 등 대형 웨이퍼 대비 부가가치가 낮은 까닭에 한때 사양사업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시황이 크게 개선되고 공급난까지 겹쳐지며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로 바뀌고 있다. 8인치는 SK하이닉스가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 만든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주력이기도 하다.
경영진들은 "8인치 미래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문제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등에 있어 대형 반도체 업체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 확장 관련 다양한 옵션을 놓고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옵션은 파운드리 공장과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투자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분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K하이닉스시스템IC 공장을 중국 우시로 옮긴 사실을 소개했다. 현재는 장비를 이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회사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서 투자자로 참여한 내용도 덧붙였다.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옛 도시바) 지분 관련해선 3분의 2는 팔고 나머지는 남겨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경영진들은 "키옥시아 지분 가운데 미국 대형 사모펀드 배인캐피탈을 통해 보유중인 것은 키옥시아가 올 하반기 재추진하는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매각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별도로 보유한 지분은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배인캐피털이 조성한 펀드에 2660억엔(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다른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전환사채 1290억엔(1조3000억원)어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4조원 규모를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자금은 채권과 자체 현금에서 우선 활용하고, 키옥시아 투자금 활용의 경우 향후 IPO와 다양한 상황 변화에 따라 고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