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액을 작성하는 등 폭발적 성장성을 보였다. 영업이익도 2년 반 만에 4조원을 돌파하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함께 찾아온 반도체 호황을 만끽했다.
그러나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불리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우려가 확대될 경우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성장·수익성' 모두 잡은 3분기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0%가량 치솟은 4조1718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0% 증가한 11조8053억원, 당기순이익도 206% 급증한 3조3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실적은 2018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을 연상케 하는 결과다. 사업 규모(매출액)는 창사 이래 최대로 커졌고, 수익성(영업이익)도 2018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서버와 스마트폰(모바일)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제품 가격이 상승한 것이 매출 성장의 주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도 10나노급 3세대(1z) D램과 128단 4D 낸드 등 주력 제품의 수율을 높이고, 동시에 생산 비중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개선한 덕에 크게 개선됐다.
적자가 지속된 낸드 사업도 이번에 흑자로 돌아섰다. 128단 제품의 수율 개선과 비중 확대, 인건비 기저효과, 큰 폭의 출하량 증가 영향이다. 사업별로는 D램 매출액이 전년보다 45.2% 늘어난 8조3816억원, 낸드는 같은 기간 57.8% 증가한 2조9513억원으로 파악됐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CFO, 최고재무책임자)은 이번 호실적에 대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있음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급 불확실성 여전…"수익성 확보 집중"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도 반도체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했다. D램의 경우 기업용 컴퓨터(PC), 원격 및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확대, 윈도11 교체 관련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중화권 납품처의 고용량화 추세에 따른 수요 환경도 견조할 전망이다. 서버 시장도 5G(5세대 이동통신)와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가 관측된다.
낸드의 서버 수요는 부품 부족 이슈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고객사의 재고 확보 노력으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시장 불확실성이 부각될 경우 원가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낸드의 경우 연간 흑자 전환이란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별 시설투자는 확정하진 않았지만, D램은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보수적 전망을 바탕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반대로 낸드는 수급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 같은 SK하이닉스 사업 전략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가격 하락이 단기간에 끝나고 내년 하반기에는 수급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른 업체 대비 부족했던 낸드의 경쟁력 상승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수익성을 언급하는 것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낸드의 공격적 전략은 경쟁사의 출하량 확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대해 중국 당국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노종원 부사장은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계획대로라면 3분기 말 정도로 예상한 중국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며 "현재로는 4분기 내 중국 승인을 받고 연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내 인텔 낸드 인수가 마무리되면 해당 사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노 부사장은 "인텔 낸드 인수 이후 SK하이닉스는 양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상호보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규모의 경제도 갖춰 가겠다"며 "이와 함께 R&D(연구·개발) 기반을 확대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