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한 네이버는 현재 시가총액 70조원의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은 생활 밀착형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강자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 인터넷 산업의 역사'이자 양대산맥 네이버·카카오(네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동반 성장한 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통'이 수면 위로 올랐다. 개발자 업무 과중, 직장 내 편가르기, 보복 인사 등이 이슈다. 국내 어느 조직보다 수평적 문화를 갖췄을 것이란 IT업체에 대한 기대감을 깨뜨리는 문제들이 불거졌다.
단기간 급격한 외형 확장을 기록한 성공스토리 이면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설립 20여년 만에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했고 계열 확장을 통해 국내 '대기업' 지위를 획득했다.
공평한 배분, 상생 문화 등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달란 요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도 그간 이들이 축적한 사업적 성과 때문이다. 향후에도 인사 문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주요 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창업 20여년 만에 터진 '직장 내 괴롭힘'
올해는 유독 네이버와 카카오의 내부 분란 소식이 많았다. 인사 평가 및 보상 체계에 대한 불합리부터 직장 내 괴롭힘까지 고발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자살 사고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지난 5월 네이버 한 직원이 임원급 책임 리더의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세상을 등진 뒤 두 달여 만이다. 노동부 조사 결과 피해자가 모욕적 언행, 과도한 업무 압박 외에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카카오도 올초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유서를 게재한 것. 특히 글쓴이가 "상위평가에도 썼지만 바뀌는 건 없고 XXX셀장에게 내가 썼다는 걸 알려준 XXX팀장", "톡테라스에 가서 울며불며 상담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쏘아붙이던 (회사) 당신들도 공범" 등 사내 구조적인 괴롭힘 문제를 적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인사 평가와 보상 체계에 관한 불만도 제기됐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지난해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있단 이유로 성과급 수준을 상향하지 않자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했다. '이 사람과 일하기 싫습니다' 정보를 수집한 뒤 전직원에게 공개하는 카카오의 인사 평가도 '동료간 불신을 유발하는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이슈들은 국내 IT 투톱이 덩치를 키워온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비교적 더디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여년 만에 급격한 외형 확장을 이뤘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지난 10일 종가 기준 73조원. 상장 첫해(옛 NHN)인 2002년 3200억원 대비 엄청난 성장이다. 카카오의 시총도 같은 날 종가 기준 65조원으로 최초 상장해(옛 다음)인 1999년 3000억원 대비 고성장을 이뤘다.
창업자의 면면도 여타 대기업 총수와 비교해 빠지는 게 없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순자산 15조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순자산 약 14조원을 제치고 '국내 최대 부호' 자리를 거머쥐었다. 김 의장은 본인명의의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의 영어 이름) 임팩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거치며 벤처 정신으로 묶였던 조직 성격은 자연스럽게 변했다. 2002년 12개였던 네이버의 계열사는 작년 말 기준(47개) 4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직원 수도 14배 증가했다. 카카오는 1999년 대비 계열사가 무려 35배, 직원 수도 36배 불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핀테크, 뱅킹, 모빌리티, 쇼핑 등 다양한 사업을 덧붙여가며 경력사원을 흡수했기에 이제는 여느 대기업과 비슷한 문화가 조성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 범위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검색, 웹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초기 사업영역 외에도 커머스, 인증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결제, 클라우드 등 사업 교차범위를 넓히고 있다.
전직원 파격 스톡옵션…앞으로도 손볼 듯
이 같은 직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파격적인 주식 보상 제도를 도입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우리의 미래 경쟁력은 당신들에게 있다'며 소통을 거듭하기도 했다. 다만 임시방편적 접근법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한다고 알렸다. 기존 복지인 주식보상프로그램(스톡옵션·주식매입리워드)이 임원의 배만 불린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스톡그랜트는 임원이 아닌 정규직 직원에게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제도다. 스톡옵션과는 달리 주식을 부여받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다.
카카오도 5월 직원 전체에게 일괄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키로 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근속 연수 1년 이상 직원에게 매년 200주를, 1년 미만 직원에게 100주를 부여한다. 본래 카카오는 네이버와 달리 2014년부터 산발적으로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왔다. 일괄 스톡옵션 부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 대비 연봉이 적다'는 내부 불만에 화답한 것이란 평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는 올초 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성과와 직원 분배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도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 GIO는 새로운 보상체계를 발표하겠다며 전직원에게 이메일을 돌리기도 했다. 김범수 의장 역시 온라인 간담회 등을 갖고 급여 수준과 업무 환경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보상 체계는 주식 보상제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 주력 계열사들을 상장하며 별도 보상을 강화하는 추세다.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상장 1년이 못 돼 시총 1위를 차지하자 직원에게 두 차례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신사옥 중심 대규모 사업부 개편을 앞둔 네이버도 2019년부터 시행한 스톡옵션 제도를 새롭게 손봐 예측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IT업계 특성상 개발자 직군의 업무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기엔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과주의' 문화가 강한 환경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벽하게 이행하기란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시리즈 끝]